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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대기업 경영권 승계

4050 젊은 총수들이 나선다… 재계 세대교체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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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3·4세대 ‘젊은 총수’가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 폭풍이 불고 있다.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국내 재계 1~4위인 삼성과 현대차, SK, LG는 40·50대 젊은 총수 진용을 갖췄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긴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기 때문에 2018년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50)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20년 만에 총수를 바꾸며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의 막을 올린 것이다. 이로써 4대 그룹 수장이 모두 4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의 젊은 총수로 세대교체됐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은 창업주 3세대로 52세이며, SK그룹의 창업 2세대인 최태원 회장은 59세다. 창업 4세대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42세로 이들 중 최연소자다.

세대교체로 총수 자리에 오른 이들은 서로 견제하기 바빴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자주 왕래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은 서로 무게잡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좋은 기회가 오면 큰 딜(거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초에도 재계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비공식 회동을 했다.

조선비즈

지난 1월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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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젊은 총수들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6월 LG 구광모 회장, 7월 SK 최태원 회장을 각 사의 배터리 사업장에서 연달아 만나며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차세대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한국판 ‘미래 전기차 어벤져스’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4대 그룹 이외에서도 세대교체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7)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을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2010년 한화에 입사해 2015년 전무로 승진한 뒤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고, 이후 9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139480)신세계(004170)지분 8.22%를 증여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작업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 퇴진한 후 장남이자 3세인 조현준(52)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3남인 조현상(49) 부사장은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를 완료했다. 조 사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동참, 화분 100여개를 직접 산 뒤 다음 참가자로 같은 ‘세대교체 경영인’인 한화솔루션 김동관 사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직후 3세대인 조원태(45)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총수 자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8)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과도기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은퇴하며 장남 이규호(36)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됐다. CJ그룹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30) CJ제일제당(097950)부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수장이 젊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젊은 총수들은 디지털·모바일을 이용한 혁신 경영에 속도를 내고 서로 간 경쟁과 협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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