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부작용으로 떨어진 정책신뢰 회복이 우선"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후로 전월세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전월세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섣부른 대책을 허겁지겁 발표할 경우, 자칫하면 시장 왜곡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임대차 보호법 부작용의 피해자로 이슈화된 것도 기재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내부에서는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일,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 시행 된 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매물 물건이 붙어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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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추가 대책 강구→관계부처 논의" 선회
지난 14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임박했다’면서 대책에 들어갈 정책 아이템이 나열된 포스팅이 나돌았다. 여기에는 ‘투기과열지구 추가, 전세금에 대한 과세,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율 인상,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 확대,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등의 규제 강화 방안이 열거돼 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15일 "임대차 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 대책을 발표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은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전월세가 (임대차보호법)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추가대책을 계속 강구해보겠다"고 말한 이후부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 시장에 대한 물량, 가격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추가 대응책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월세 가격 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강화 일변도의 추가 대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 발언은 최근의 전월세 불안과 임대차 보호법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규명할 수 있도록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홍 부총리도 지난 14일 부동산점검회의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물러섰다.
2020년 10월 7일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
◇"추가대책보다 떨어진 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이 우선"
추가 부동산 규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달리,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홍남기 부총리가 임대차 보호법 부작용 피해자로 부각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로 인해 경기도 의왕 아파트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년 1월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서울 마포 전셋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제정책 책임자가 부동산정책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 부총리의 사정은 정치 이슈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전세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전세대란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은)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됐다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사과하고 반성하고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전월세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도 속도조절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정부를 향해 보완책 마련을 요구한 주 원내대표도 "지금 보완한다고 해도 이미 시행된 법을 상태로 형성된 관계에 또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저희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세입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전월세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월세 가격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지만, 섣부르게 대책을 발표할 경우 시장 혼란만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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