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변화 없으면 추가 협상 무의미"…추가 논의 일축
존슨 "EU, 캐나다 모델 원하지 않아…내년 1월 호주 모델로 떠날 수도"
EU 협상팀 내주 런던행…마크롱 "합의 원하는지 영국이 택할 차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이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 협상 논의가 사실상 끝났다고 밝혔다.
EU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추가 논의는 무의미하며, 합의 없이 완전히 결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역협정 협상은 끝났다"면서 "협상 관련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겠다고 어제 (EU 정상회의에서) 말함으로써 사실상 EU가 이를 종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가 근본적인 변화를 내놓지 않으면 더이상 대화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를 포함한 협상팀이 다음 주 런던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그러나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영국에 모든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법적 문서를 토대로 한 이슈 논의를 가속할 준비가 돼 있는 경우에만 런던에 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변인 브리핑에 앞서 이날 TV로 중계된 성명을 통해 추가 양보 없이는 자유무역협정(FTA) 없이 EU와 완전히 결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협상) 개시부터 우정과 자유무역에 기반한 캐나다 스타일의 관계보다 더 복잡한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정상회의에서 전해진 소식을 보면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그들은 우리 입법의 자유와 어업을 계속 통제하기를 원한다"면서 "이는 독립 국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말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종료 시점까지 10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내년 1월 1일 글로벌 자유무역의 간단한 원칙에 기초한 호주 모델과 비슷한 협정을 가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화물운송업자, 여행객 등이 모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대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며, 우리의 국경과 어업을 통제하고 독자적인 법을 제정하는 등 독립국으로서 매우 번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변화가 있으면 다시 오라는 것"이라며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EU 정상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향후 몇주 동안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합의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동시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한 준비 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포스트-브렉시트' 합의는 EU보다 영국이 더 원하고 있다"면서 "EU는 계속해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조건은 분명하고 잘 알려져 있다"면서 "합의를 원하느냐 아니냐는 이제 영국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EU는 영국과의 합의에 매우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환기간을 설정했다.
전환기간에 영국은 EU 회원국과 같은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으며, 이 기간 양측은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양측이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발생해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영국은 협상 초기부터 EU와의 통상관계는 EU와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과 비슷한 수준을 원한다고 밝혔다.
CETA에 따르면 상품 관세는 98% 면제되지만, 서비스 부문은 일부만 협정에 포함됐다.
호주 모델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 관계를 갖되, 항공 등 중요한 분야에서는 별도 합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어선을 타고 스코틀랜드 연안을 둘러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스카이 뉴스는 존슨 총리의 성명이 EU 입장에서 낙관적인 것도, 비관적인 것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근본적 변화가 있으면 다시 협상이 가능하다고 얘기한 만큼 양측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존슨 총리가 완전한 '노 딜'보다는 호주 모델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파국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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