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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YMCA’, 바이든 ‘사보타주’...대선후보들이 고른 노래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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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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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흥겨운 디스코 멜로디와 강렬한 힙합 비트. 어느 쪽이 더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당길까.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근 유세장과 정치광고에 각기 다른 느낌의 선거 유세곡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장에서 디스코 그룹 빌리지피플이 1978년 발표한 ‘Y.M.C.A’를 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힙합그룹 비스티보이즈의 노래 ‘사보타주’(Sabotage·1994)로 정치광고를 만들었다. 두 곡은 나란히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직후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첫 유세 일정으로 플로리다주 올랜도 외곽 샌퍼드 국제공항을 찾았다. 그는 연설을 마친 후 건재함을 과시하듯 ‘Y.M.C.A’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올초 트럼프 대통령 유세장에선 무장한 민병대들이 빌리지피플의 또 다른 유명곡 ‘마초 맨’과 함께 이 노래를 자주 틀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Y.M.C.A 댄스 영상’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패러디물이 쏟아지며 이 노래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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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피플. 위키피디아


이 노래는 동네의 친숙한 모임 공간 ‘YMCA’의 특성 탓에 ‘게이 집단의 성가’처럼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동성애 혐오를 일삼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빌리지피플의 리드보컬 빅터 윌리스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Y.M.C.A.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의 성가가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노래를 유세곡으로 써도 괜찮다고 밝혔다. 사실 트럼프 캠프는 록그룹 롤링스톤스 등 여러 음악가들로부터 ‘노래 사용 금지’ 딱지를 받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프로풋볼(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경기 중간에 내보낸 정치광고로 미 연예매체들의 관심을 받았다. 광고에 삽입된 노래가 비스티보이즈의 ‘사보타주’였기 때문인데, 비스티보이즈가 자신들의 노래를 정치광고에 넣도록 승인한 건 처음이다.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비스티보이즈가 선거의 중요성 때문에 ‘사보타주’ 사용을 그 자리에서 허락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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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티보이즈. 위키피디아


이 정치광고을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략이 엿보인다. 영상의 배경은 경합주인 미시간주다. 영상에는 지역의 유명한 라이브 공연 클럽 ‘블라인드 피그’의 주인인 조 말콘이 등장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다. 그는 “최근 가게가 텅 비었다. 이게 바로 트럼프의 경제다. 나는 너무 화가 난다”며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 곡을 선택한 건 1990년대 전설적인 힙합그룹 비스티보이즈의 노래로 그 시절의 유행 문화를 향유한 중년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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