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이끌던 이건희 회장이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은사와 동창이 기억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지난 2012년 1월 방송된 MBN 특집 '한국의 거인들'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일생을 재조명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 회장의 고교 은사 박봉배씨는 "기억이 생생하다. 명랑하면서 침착하고 남의 지도와 충고가 필요 없을 만큼 신념이 강했다"며 생활기록부를 공개했다.
이어 "특이하게 기억나는 것은 고2 가을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나서 (이 회장이) 친구들 엿을 살짝 뺏어 먹는 것을 보고 질문을 했던 것이다. '네가 사줘야 할 처지에 왜 뺏어 먹느냐'고 물었더니 '친구와 더 가까워지려 재미삼아 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일본 유학을 떠났던 이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친구들과 평범한 학창 생활을 하려 한 것.
동창 오방근씨는 "이 회장이 방산시장 뒷골목에서 레슬링을 함께 하던 친구들과 양곱창 끓인 것과 같은 저렴한 음식을 거침없이 같이 먹곤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부에서 함께 운동했던 한 동창은 "학창 시절 힘이 장사였다. 오죽하면 저희들이 '백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고, 다른 동창은 "전국 체전 예선이나 전국 선수권 대회에도 선수로 나갔다. 상도 타고 잘했다"고 말했다.
신념이 강하고 강했던 이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자택에서 쓰러졌던 이 회장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다음 날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뇌와 장기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저체온 치료를 받고 진정 치료를 받으며 심폐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입원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6년 5개월 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끈 이 회장에게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전기연 기자 kiyeoun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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