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기업인은 익명이나 경제단체 뒤에서 발언할 뿐, 소신 발언을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정치력은 4류”라거나 “(정부의 경제 성적이)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한 발언 등을 두고 한 말이다.
이 회장이 별세한 이후 재계와 학계,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이건희 신드롬’이 다시 불고 있다. 한국에 혁신과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때로 강력한 비판으로, 때로 미래를 내다본 혜안으로 ‘초일류 성공신화’를 일궈낸 그의 혁신 DNA와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시민도, 직원도, 정치권도 “리더십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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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회장의 경영 철학과 주요 업적이 보도되자 온라인 주요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 회장을 추모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 그런 인물이 우리나라에 또 나왔으면 좋겠다”, “삼성이 일본 전자제품을 앞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기를…”, “예전엔 아버지 잘 만난 재벌 2세쯤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글로벌 기업을 만든 총수의 안목이 들어왔다”, “기업이 돈 많이 벌어서 일자리 많이 만들어주면 그게 착한 기업” 같은 글들이 많았다.
직장인 김지혜(36) 씨는 “삼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한국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세계 1위에 올라선 건 누구나 자랑스럽게 생각할 한국의 성취”라고 말했다. 많은 해외 교포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삼성전자 기업 광고가 실리는 것을 보며 긍지를 느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인들 중 일부가 이 회장의 별세를 애도하면서도 “삼성이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라는 발언을 하자 “기업인들의 성과를 무너뜨리지 않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글이 이어졌다.
25일부터 열린 삼성 온라인 추모관에도 오후 3시 기준 삼성 계열사 구성원들의 댓글 1만7500여 개가 달렸다. 한 직원은 “입사와 더불어 배우게 된 회장님의 어록과 철학을 다시 생각하고 25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여전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적었다.
● “꿈과 희망이 그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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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드롬은 코로나19 시대에 여러 규제로 혁신이 실종된 시대라 더 큰 반향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취업난 등으로 일상에서 ‘거절’의 홍수 속에 살아 온 20, 30대 젊은 층에서 초일류를 일궈낸 삼성의 역사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반응이 많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최첨단 산업분야에 뛰어들어 세계 최고에 오르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에 ‘삼성이 하는데 왜 우린 못하나’라는 꿈과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에도 이건희 신드롬이 불었던 적이 있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넘어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이 넘치던 시대였다. 당시 이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순위에서 1등을 하곤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오랜 저성장 속에서 이 회장처럼 미래를 내다본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는 기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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