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입구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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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ㆍ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고유정(37)에 대한 수사와 이 사건 공판을 담당했던 현직 검사가 정부가 추진해 온 검찰개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환우(43ㆍ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는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썼다.
이 검사는 그러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다”며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날을 세우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추 장관은 전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수사의뢰를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현 검찰총장이었다. 추 장관은 이에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도 지시한 상태다.
이 검사는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면서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는 “검찰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검사는 또, 지난 22일 돌연 사임한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사의 표명글 가운데 일부 표현도 인용했다. 박 전 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는 제가 평가할 바가 못 된다”며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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