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양안은 이미 준전시 상태"…美대선 앞두고 긴장하는 대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면 침공 가능성은 작다지만…"중국 동향 심상치 않아" 우려 지속 제기

'미 대선 후 혼란 땐 중국에 기회' 경고도…'동북아 화약고' 우려 점증

연합뉴스

항모 산둥함 정박한 싼야 해군기지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군사 갈등 에너지가 분출하는 대만이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것인가?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만해협의 안보 위기가 중국-대만, 중국-미국 간 군사적 충돌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 미국 '외교 거물' 키신저도 세계대전급 사태 경고

최근 대만에서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이미 준전쟁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안보 전문가의 발언이 주목받으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관한 경각심이 급속히 커졌다.

1일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자오젠민(趙建民) 전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차관)은 지난달 24일 토론회에서 "양안 관계가 40년 이래 가장 심각한 때"라면서 8가지 지표가 이미 준전시 상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8가지 지표란 ▲ 대만 국방부의 예비전력 동원 개시 ▲ 중국 공군기의 이례적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 대만을 향한 중국 지도자들의 거친 발언 ▲ '발전 이익'이 위협받는 상황을 전쟁 조건으로 추가한 중국 국방법 개정 ▲ 홍콩 보안법 시행 ▲ 양안 군비 경쟁 ▲ 대만의 주동적인 중국과 경제 디커플링 추진 ▲ 대만 측의 양안 인적 왕래 제한 강화다.

연합뉴스

전력동원 훈련 중 도심 구간 지나는 대만군 장갑차
[차이잉원 대만 총통 페이스북. 재판매 및 DB 금지]



자오춘산(趙春山) 단장(談江)대 명예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현재 양안 사이에 대화 채널이 부족하다"며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장차 미중 간 전쟁이 대만 땅에서 터질 수 있는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정부도 현재의 안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는 기류다.

추궈정(邱國正) 국가안전국장은 지난달 29일 입법원에 출석해 큰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전면전 발발 확률은 평상시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공격에 관한 우려가 비단 대만 안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외교가 거물 헨리 키신저(97) 전 국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 경제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선을 넘는 위협이 제어되지 않으면 양국이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선 이미 대선 후 큰 혼란이 발생한다면 중국이 대만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이룰 절호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상태다.

해군차관을 지낸 세스 크롭시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9월 더힐 기고문에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나오는 어떤 결과도 이의 제기를 받게 될 것"이라며 "권력 이양 위기에 휩싸인 국가는 큰 힘의 갈등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에는 11월 3일보다 더 좋은 (대만) 공격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중국-대만-미국 삼각관계 변화…전쟁 불사한다는 중국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왼쪽), 차이잉원 총통(가운데), 시진핑 주석(오른쪽)
[AP·EPA=연합뉴스]



최근 부쩍 심각해진 대만해협의 안보 상황은 1979년 이후 미중 수교 이후 유지된 미국-중국-대만의 삼각관계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각관계의 틀을 먼저 흔든 쪽은 미국이다.

1979년 미중 수교를 통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대중 포위망 성격이 짙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해 상호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지난 9월 단교 후 처음으로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은 미국이 더는 과거의 '낡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반대에도 미국이 작년 대만에 최첨단 F-16V 전투기와 M1A2T 전차를 팔기로 한 데 이어 최근 추가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이알(SLAM-ER) 등 '7종 안보 선물 세트'를 대만에 안기기로 한 것도 전체적인 대만과의 관계 재설정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대만을 반드시 되찾아야 할 '미수복 지역'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미국의 이런 행위를 '도발'로 간주한다. 나아가 미국의 이런 행동을 반기고 동조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비롯한 집권 민진당 세력을 '반민족 세력'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단죄'하겠다는 식의 격앙된 태도를 보인다.

최근 중국은 대만과 미국이 양안 간 평화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주장하면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만 업무를 책임지는 왕양(汪洋)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협 주석이 "대만 독립 세력이 자중하지 않으면 대만해협이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지난달 15일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라'라는 논평을 내고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모두 '대만 독립' 때문이며 이를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과거 전쟁 직전에 썼든 표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들어 중국군의 대만을 겨냥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무력시위성 군사 훈련은 일상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빈번하다.

대만군이 이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국도 해상, 공중 전력을 보내 견제 활동에 나서면서 대만 인근에서는 중국군과 미군, 대만군이 뒤섞인 '난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도 미군은 대만과 가까운 일본 일대에서 미 육·해·공 장병 9천명과 일본 자위대 3만7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미일 연합 군사 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를 진행 중이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등이 투입된 가운데 미 대선 직후인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규모 연합 훈련은 중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서의 성격도 짙어 보인다.

연합뉴스

킨 소드 훈련 중인 미군과 일본 자위대
[미 태평양함대 페이스북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 "대만 충돌 벌어지면 동북아로 급속 확대 가능성"

중국이 대만을 선제공격하고 미군이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미군 기지가 있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등이 개입되면서 대만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동북아 전체로 급속히 번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만의 안보 위기를 한국과도 무관한 일로 가볍게 봐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크롭시 연구원은 "만일 북한이 (중국의 대만 공격으로 인한) 혼란을 활용하면 한국도 휘말려 들고 심지어 베트남과 인도도 확대된 전쟁에 끼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대만에서의 군사 충돌은 안 그래도 민감한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섬들을 둘러싼 중국과 관련국 사이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는 연쇄 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도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벌어지면 인접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 난세이제도가 침공 대상이 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최근 전했다.

다만 잇따른 경고 속에서도 중국이 미국과 전면전을 치르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하면서까지 대만 공격에 나서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 안보 전문가는 "미군이 대만에 다시 병력을 주둔시키거나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는 것처럼 확고한 명분이 없다면 중국이 먼저 대만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 외교관으로 베이징 대사관에서 근무한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갖고 큰 인명 피해에도 전략적 목표를 밀어붙이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같은 중국의 혁명 1세대들도 과거 대만이 차지한 진먼다오에 포격을 가하는 것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서태평양에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에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