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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쿠팡은 왜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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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세력의 가짜뉴스에 법적대응" 예고
택배회사 과로사 논란과 선긋기로 해석
향후 택배 물류 사업 진출도 염두에 둔 듯
한국일보

쿠팡 로켓배송 차량.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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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를 말씀드립니다.'(9월 30일)

'사실과 다릅니다.'(10월 16일)

'사실 왜곡을 중단해 주십시오.'(10월 27일)

'명백한 오보입니다.'(10월 30일)

방점은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 관계에 찍혔다. 최근 '쿠팡 뉴스룸'에 잇따라 게재된 포스팅 제목의 뉘앙스는 분명했다. 쿠팡 뉴스룸은 당초 회사 사업과 기술 등을 소개하면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개설됐다. 하지만 갈수록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에 대한 해명을 싣는 공간으로 변모되고 있다. 가장 최근 이곳에 올라온 글은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까지 이어졌다. 쿠팡은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한국일보

쿠팡 뉴스룸에 게재된 쿠팡의 게시글들. 쿠팡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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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법적대응' 높아지는 대응 수위


쿠팡의 게시글은 택배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기사들의 과로사 논란과 무관치 않다. 쿠팡은 자사 대구 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을 하던 직원이 격무에 시달려 사망했다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의 주장에 지난달 16일과 27일 연속해서 반박했다. 쿠팡측에선 고인의 경우 택배 분류 작업 노동자가 아니라 창고에 보관된 택배 상품을 포장하는 작업을 위해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을 공급하는 포장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과 함께 근무한 직원 수, 근무 방식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대책위의 사실 왜곡 부분을 지적했다.
한국일보

쿠팡이 대구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대책위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을 담아 작성한 표.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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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권활동가, 법률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이 내놓은 부천물류센터 보고서에 대한 반론도 제시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근무자들의 재계약률, 일용직 근무자들에게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 배경 등을 바로잡으면서 "보고서가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 없는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천안물류센터 식당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허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에 대한 해명도 꾸준히 작성했다.

대응 수위도 높였다. 동료 쿠팡 배송 직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쿠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한 방송사 보도에 지난달 30일 뉴스룸에선 "4월 초 대구 쿠팡 배송 기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유언비어를 올린 트위터 계정을 신고한 것인데 피고소인이 언론에 거짓 제보를 했다"며 "악의적인 왜곡과 거짓 주장을 하는 세력에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일보

쿠팡이 신고한 트위터 계정의 글.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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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의' 택배회사들과 다르다는 선긋기


업계에선 쿠팡의 이런 행보에 대해 "배송기사 근무 환경 개선이란 쿠팡의 차별화 전략 부각과 향후 사업 모델 확장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잇따라 도마에 오른 뒤부터 쿠팡은 일반적인 택배 산업과 자사 고용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택배회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택배 기사들과 거래하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인 기사들과 위탁운영 계약을 맺는 구조인 반면, 쿠팡 기사들은 쿠팡에 직접 고용된 직장인들이라 주5일 근무, 휴가, 4대 보험 등을 법적으로 보장 받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분류작업 전담 인력 4,400명 고용, 자동화 설비에 2년 간 4,850억원 투자 등을 거론하면서 택배산업의 불합리한 근로조건과 쿠팡을 직접 비교하는 자료도 수 차례 배포했다.
한국일보

쿠팡이 일반 택배회사들과 자사의 고용구조 등을 비교해 작성한 표.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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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이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한 부분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승인될 경우 쿠팡은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등과 동일한 택배회사가 된다. 제3자 물류까지 사업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쿠팡 고용 기사들이 진행한 배송(로켓배송)은 회사측에서 직접 매입한 상품에 국한됐다.

결국 가짜뉴스에 대한 쿠팡의 공격적인 대응은 자사의 직고용이나 적극적인 투자 등이 기존 택배 업체들과 차별화됐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제대로 된 고용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쿠팡이 다른 택배사들과 확실하게 다르다는 점이 언론 등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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