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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제발 음주운전을 멈춰주세요”…오열끝 토해낸 ‘자식잃은 엄마’ 첫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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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게 멈춰주세요”

“첫째가 동생 구하지 못했다며 자책해”

사건 당시 영상에 유가족들 눈물 쏟아

헤럴드경제

지난 9월 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햄버거 가게 앞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숨진 이모군의 가족들이 이달 5일 가해자의 첫 공판기일 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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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제발 음주운전을 멈춰 주세요.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제발 멈춰 주세요.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많이 미안해….”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들이받아 쓰러진 가로등에 의해 사망한 이모(6)군의 모친 A씨는 가해자의 첫 재판이 끝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멈추지 않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며 이 같이 말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이군을 숨지게 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상)·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김모(58)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이달 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부장 권경선)은 김씨의 1차 공판기일을 가졌다. 김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30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144%인 상태에서 승용차를 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길가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아 쓰러지면서 이군을 덮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법정에는 이군의 부모, 조부모, 외삼촌, 고모, 이모 등이 함께했다. 이군의 영정 사진을 손에 든 A씨는 검찰이 김씨의 공소사실을 이야기하자 울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김씨의 사건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영상이 재생되자, 이군의 부모와 가족들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A씨는 영상 재생 전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흐느끼기 시작했고, 이군의 부친 B씨는 김씨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아 가로등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아악”하고 소리쳤다. 영상 재생 도중 B씨는 김씨를 향해 “넌 사람이 아니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CCTV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에도 이군의 가족들은 오열했다. 이군의 부모는 사건 당시 영상을 재판정에서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로 제출된 모든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김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단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잘못이 너무 명백하고 (피고인이)사죄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사죄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한 번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재판 후 김씨는 재판정을 나서며 유가족들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본 B씨는 “용서 바라지 마. 고개 숙이지 마”라며 고함을 질렀다.

B씨는 재판 도중 주어진 발언 시간에서 “이 재판으로 가해자에게 최대 형량이 나온다 한들 우리 가족은 저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9살인 첫째 아이가 무기징역이란 단어를 알게 됐고 동생의 죽음을 지켜 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며 “이 아이가 바라는 판결은 다시는 동생과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저 가해자도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우리 아이 사건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되는 음주 사고가 뉴스에만 두 달 동안 10건이 넘게 나왔다”며 “이런 음주 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거운 판결을 통한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기존이 판결과 다르지 않다면, 계속해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것이며, 첫째아이 역시 동생을 못 지켜 줬다는 죄책감을 평생 달고 살아갈 것”이라며 “가해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사실상)2.5단계로 그 기간에 모임을 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도 함께 조기 축구를 하는 사람들과 술판까지 벌여 가며 결국에는 단 1%의 잘못도 없는 어린 아이를 음주운전이란 살인 무기로 가족이 보는 앞에서 숨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마지막으로 “만 6살 밖에 안 된 우리 아이가 ‘엄마’ 소리 한 마디도 못 하고 눈도 못 감은 채 잔인하게 숨을 거뒀다”며 “첫째 아이가 바라는 대로 이 판결에서 저 가해자에게 기존의 판결보다, 검사의 구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서 정의가 무엇인지 가해자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들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종을 울려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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