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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변곡점으로 보는 미국 대선, 선거는 왜 접전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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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지난해 1월, 민주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으로 시작된 22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긴 기간만큼 각종 ‘변수’와 ‘혼란’이 교차하며 판세가 흔들렸다. 하지만 매 시기 변곡점은 있었고, 이는 선거결과를 이해하는 기준이 됐다. 경선부터 대통령선거까지 지난 1년간의 변곡점은 ‘양극화된 미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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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표 현황을 지켜보는 미국인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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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지옥에서 살아온 두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도 마치지 못할 뻔했다. 군사원조를 대가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대권주자 조 바이든 후보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의회 조사를 방해한 혐의까지 더해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18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직무를 박탈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상원에 넘겨졌다. 상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은 2월 5일 탄핵안을 부결시키며 트럼프를 구했다.

같은 시기 바이든 역시 위기에 빠졌다. 민주당 경선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4위에 머물렀고, 이어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5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히스패닉(스페인계)과 흑인의 비율이 높은 네바다 코커스에서 2위에 올랐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마침내 1위에 등극했다. 바이든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여러분이 나를 되살렸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였다. 이후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바이든은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의 3분의 1을 뽑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4월, ‘반트럼프’ 내세우며 뭉친 민주당

민주당 경선은 ‘트럼프 타도’를 위한 협력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까지 바이든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는 4월 8일 중도사퇴했고, 16일에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다른 유력 주자였던 피트 부티지지, 엘리자베스 워런 역시 이미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것은 8월 전당대회였지만 사실상 ‘트럼프 시대를 끝내자’는 팀 민주당은 이때 완성됐다.

‘트럼프 타도’를 위해 뭉친 민주당은 초당적·초이념적 협력을 이끌었다. 다양한 세력들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데 힘을 모았고, 각자의 정책 내용을 바이든의 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은 이런 내용들을 포용해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세력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이탈하거나 적극적인 지지를 하지 않았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대응 문제 등은 지지세력 이탈을 가속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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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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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존재감 없는 바이든

친공화당 인사들의 ‘반트럼프’ 선언은 5월 25일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가속화됐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물리적 공격을 감행하자 진압복을 착용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트럼프는 5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들 폭력배가 조지 플로이드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할 것”이라고 썼다. 6월 1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를 ‘인간쓰레기’라며 재차 군대 투입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성향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공개적으로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바이든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두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메시지만 내놓았다. 오히려 “나랑 트럼프 중에 고민한다면 흑인이 아니다”고 말하며 인종갈등을 이용해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9~10월, ‘난장판 TV토론’과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와 바이든은 9월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차 TV토론회를 열었다. 상호 인신공격이 난무한 이날 토론은 1960년부터 시작한 미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약 730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토론 직후 미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유권자 1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8%가 바이든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승리를 꼽은 응답자는 41%였다.

유세가 한창이던 10월 2일,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 대선까지 33일 남아 있던 시점이었다. 확진 소식은 공개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거나 위험성을 경시했던 트럼프의 행적과 함께 비판받았다. 바이든 역시 그가 코로나19로부터 자기 자신도 보호하지 못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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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확진 판정 8일 만에 유세에 복귀했지만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29일 바이든에 6.1%포인트 뒤졌던 트럼프는 확진 판정 이후인 10월 11일 조사에서 10.3%포인트 뒤지며 격차가 확대됐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0월 6~9일 725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바이든에 12%포인트 차로 뒤졌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기로 한 2차 토론은 화상 토론방식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취소됐다. 마지막 토론회는 10월 23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 대학에서 열렸다. 토론 직후 CNN 조사에서 바이든이 더 잘했다는 응답이 53%였고, 트럼프는 39%였다.

■11월 3일, 선거는 왜 ‘접전’이 됐나?

민주당은 ‘반트럼프’를 외치며 결집에 성공했지만 대선을 ‘트럼프냐, 아니냐’로 만들었다. 이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변곡점마다 바이든보다 트럼프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인권문제, TV토론 등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와 선명한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선거는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를 중심으로 양극화됐다. 정당들은 무당파나 상대당 지지 유권자의 표심을 변화시키기보다 자당 지지자의 표심을 다지고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는 변곡점마다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결국 유권자 지지 규모가 대등해진 상황에서 선거는 접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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