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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2020 미국 대선

"친한 척하다 트럼프 불똥 튈라" 바이든에 침묵하는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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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관계 나쁜데 아첨할 필요 없어”

“미 양분돼 싸우는데 말려들지 말아야”

속내는 “분노한 트럼프에 '불똥' 맞을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확정 소식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과 10년 이상 교분을 쌓아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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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미 부통령으로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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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입장은 우선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된다”며 “우리는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아 대선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기에 중국으로선 새 당선인에 축전 등을 보내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이야기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또한 중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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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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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 지도자는 대부분 일찌감치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인에 축전을 보냈다. 2000년 조지 W 부시와 2008년 버락 오바마, 그리고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모두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축전을 띄웠다.

시 주석의 침묵은 그래서 많은 추측을 낳는다. 선이(沈逸) 중국 푸단(復旦)대 교수는 “바이든에 아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이 서둘러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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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상황에선 조 바이든 당선인에 서둘러 축전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트럼프의 분노가 중국으로 향하는 걸 막자는 이유에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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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人民)대 교수도 “중·미 관계가 매우 나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축하 인사를 건네기엔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바이든이 선거 기간 중국에 적대적 입장을 보였는데 서둘러 당선 축하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의 칼럼니스트 쑨자예(孫嘉業)는 “중국은 입장 표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 사회가 분열된 상황에서 자칫 미국 양당의 싸움에 휘말려 중국이 미 대선에 간여한다는 비난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 주석의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바이든 당선 축하 운운했다가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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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틀 만인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의 분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중국은 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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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중국의 속내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의 글에서 잘 드러난다. “트럼프를 자극해선 안 된다. 그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불만이 가득하다. 이런 모든 걸 미 국내보다는 국외로 발산하기 쉽다”고 후는 말한다.

“중국으로선 트럼프의 대선 패배 분노가 중국으로 향하는 걸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과 친한 척 축전을 일찍 보냈다가는 트럼프의 어떤 몽니에 부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 주석의 침묵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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