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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근소한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막상 개표를 해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주요 언론사와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원인으로 '샤이(shy) 보수층'을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올해 미국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우연이나 정치적, 문화적 결과물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 치러진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면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대호 주변의 소위 러스트벨트(rust belt)를 제외하고는 2016년도와 투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러 지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 대통령 당선인을 아직 분명하게 확정하진 못했다. 그러나 선거 후 현재까지 집계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첫째 주 가집계된 선거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미국 지휘부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처럼 총괄적인 투표 결과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큰 변화를 낳았지만 지역별 선거 결과는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과 올해 대선 결과를 지도에서 확인해보면 민주당을 지지했던 대부분 주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했고, 공화당이 우세했던 지역 역시 2016년과 같이 정치적 성향을 바꾸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2016년과 2020년 투표 결과 지지한 정당이 바뀐 지역은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정도다. 즉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10%가량만 지지 정당을 이번 선거에서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16년과 2020년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기준 미국의 1인당 평균 GDP인 6만2000달러보다 현저히 높은 7만, 8만달러를 상회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지역인 미국 동북부의 뉴욕주, 매사추세츠주와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은 1인당 GDP가 5만달러 미만인 뉴멕시코주, 켄터키주, 미시시피주 등이다. 정치적으로 특정 정당을 선호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인 특성과 함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현한 결과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화당 지지 지역과 민주당 지지 주들 간 확연한 소득 격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은 이른바 빅테크, 영화, 금융 등 최첨단 산업의 클러스터가 밀집된 지역이다. 금융, 정보기술(IT), 항공산업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한 동부와 서부의 해안 지역은 대체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반면 농업과 내수 중심의 단순 제조업이 주력인 내륙 지역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외 개방 정책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해안 지역의 표를 얻었고, 해외 수출은 적게 하더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바라는 지지층을 거느린 공화당은 농업과 단순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는 내륙 지역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같이 광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일관된 통화 정책과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에 따라 직면한 물가, 고용 여건, 생산 활동이 달라 각 지역에 적합한 경기 안정화 정책과 통화 정책도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통일된 정책으로 모든 지역을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과업일 수도 있다. 이제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권역들이 중앙정부 차원의 일관된 경제 정책을 시행했을 때와 각 지방에 맞는 독립된 경제 정책을 시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각각의 장단점을 연구해야 할 과제가 경제학자들에게 남겨졌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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