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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독자칼럼] 자율과 책임의 행복한 군대는 시대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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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라떼옹(翁). 내가 진행하는 국방TV '우리들의 행복한 군대 이야기(행군기)'에서 나의 별명이다. 달라진 군대를 보며 격세지감에 "라떼는 말이야"를 외쳤던 것이 별명으로 남았다. 마음먹고 '라떼썰'을 풀자면 끝이 없지만 내 군 시절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일요일 공중전화 앞 풍경이다.

26년 전 내가 복무하던 홍천 부대에서는 일요일만 되면 전화하려는 장병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30분을 기다려 30초 만에 끊어야 했지만 그 순간은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첫 통화 상대는 어머니였는데, "여보세요"라는 어머니 음성을 듣고 눈물만 쏟다가 선임들 눈총에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방개혁 2.0 '병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된 '병 일과 후 휴대폰 사용'에 대한 '행군기' 병사들의 반응은 역대급이었다. 특히, 병사들 스스로 휴대폰 사용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토론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국방부에서도 다수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국방TV 진행자로서 지켜본 병영문화 혁신은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었다.

'행군기'에서 병사들 의견을 들어보면 병영문화 혁신과 관련해 병사들이 싫어하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나 때는 말이야 군기가 확실했는데, 요즘은 군캉스(군대+바캉스)네"와 같은 '라떼썰'이다. 내가 볼 때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은 병사들을 지시와 통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능동성을 일깨우고 이를 바탕으로 일방적 지시와 통제 없이도 강한 군대, 행복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 변화에 따른 시대적 요구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율과 책임의 군대'가 가져온 성과가 있을까. 국방부에 문의하니 징계 건수는 2019년에 '2015년 대비 33%나 감소했고, 군무이탈은 5년간 56% 감소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자율과 책임'의 병영문화 혁신은 병사의 인권을 존중하고, 군기가 확립된 군대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라떼썰'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가 이뤄진다면 우리 군은 더 강해지고, 병사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김대희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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