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中企 코로나 비명에도… 정부, 내년 52시간 강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소기업 취업자 48만명 급감

코로나로 최악의 경영난에 처했다는 중소기업계 호소에도 정부가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기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을 추가 유예기간 없이 내년 1월부터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금년 말이면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이 종료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 등을 이유로 추가 연장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계도 기간 종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52시간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18년 7월부터 적용됐고, 50~299인 중소기업에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기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12월 말까지 계도 기간을 뒀다.

조선일보

자영업자 작년보다 7만8000명 급감… 홍대거리에도 빈 점포 - 서울 서교동 홍대 인근의 빈 점포에 30일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찾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상권 중 하나였던 홍대 거리마저 코로나 확산과 경기 악화의 타격을 받으며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자영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만8000명 감소했다. /장련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기업 수 99%, 고용 83%를 담당한다. 30일엔 10월 중기 취업자가 2436만1000명으로 작년보다 47만9000명 감소했다는 중소기업연구원 통계도 나왔다. 감소 폭은 지난 4월 53만8000명 이후 최대다. 특히 여성과 청년 취업자가 급감했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시행까지 예고되면서 중기들은 또다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취약 계층 일자리도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D사 이모 대표는 “5인 이상 49인 이하 중기는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데 지금 있는 직원들이 정년 퇴직하면 더 뽑지 않고 계속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일감이 30% 줄어 요즘은 한 달에 16일만 공장을 돌린다”며 “있는 직원도 내보내는 판에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른 월급, 상여금, 퇴직금을 줘야 하는 직원을 뽑아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소기업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9000명 증가했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47만9000명 감소하면서 지난 4월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여성·청년층 취업자 감소세 지속

특히 여성과 청년의 취업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10월 중소기업 여성 취업자는 107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6만5000명(3.3%)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60세 이상만 36만2000명(7.4%) 증가했을 뿐 29세 이하(28만3000명), 30대(21만3000명), 40대(21만2000명), 50대(13만3000명) 모두 감소했다. 29세 이하 중소기업 취업자는 지난 2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10월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임시직 실직으로 평균 임금 상승 ‘역설’

고용부가 30일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81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7만원 늘었다. 임시일용직의 평균 임금이 16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만8000원(7.7%)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고용부는 “임시 일용직의 임금 평균이 올라간 것은 숙박 및 음식점업 등 근로 시간이 짧고 임금 수준이 낮은 산업의 임시 일용자가 대거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숙박이나 음식점의 일용직은 임시 일용직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다. 이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대거 일자리를 잃으면서 1인당 평균 임금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지난 8월 15만1000명, 9월 16만5000명 줄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코로나 여파로 여성과 청년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력 단절 여성과 청년 등을 위한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금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