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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발언대] 육사 주변 아파트 단지 건설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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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8월 육사 옆 태릉골프장 부지(83만㎡)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지역은 국가 소유의 그린벨트라서 토지 보상 문제가 없고, 주택난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1만 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육사 주변 태릉 일대는 국군이 태동한 정신적 요람으로 주택 개발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태릉은 해방 이후 국방경비사관학교(현 육사)의 창설 기지로, 수많은 장교를 배출해 6·25전쟁 때 대한민국을 지켜낸 국군 창군의 산실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아직 임관도 하지 못한 1·2기 생도(生徒) 539명이 포천 방면으로 진출해 탱크를 앞세우고 내려오는 인민군에 소총으로 맞서다 200여명이 전사했다. 또 육사가 적의 훈련소로 사용되는 것을 본 13명의 생도가 인근 불암산에 숨어들어 유격대를 조직해 유격전을 전개하다 장렬히 전사하기도 했다. 국군의 역사가 깃든 호국의 요람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1954년 태릉으로 복귀한 육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장교를 양성했다.

육사와 맞닿아 있는 태릉골프장에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 아파트에서 바로 옆 육사가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군사시설 보안 문제도 발생한다.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 육사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육사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육사 이전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육사 이전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또 그린벨트인 태릉골프장이 개발될 경우 서울 동북부의 대표적인 녹지대가 파괴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 등 문화유산 훼손도 우려된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태릉골프장 개발은 철회되어야 한다.

[정연선 육사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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