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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31] 수험생 부모도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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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능’ 스트레스에 대한 호소가 적지 않다. 수능뿐 아니라 취업 등 여러 목적의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고생도 크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감을 증폭할 수 있다. 열심히 준비했건만 원하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과도한 시험 불안이다.

시험을 잘 보려면 충분한 지식을 뇌에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 당일 뇌에 저장된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끌어낸 후 정해진 시간 안에 최선의 답을 검색하여 선정해야 한다. 뇌에 상당한 부하가 걸리는 작업인 셈이다. 그런데 불안감이 지나치면 그 감정을 처리하는 데 뇌의 자원이 과도하게 쓰여 풀 수 있는 문제도 오답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수능처럼 큰 시험을 앞두었다면 시험 당일에 선수로 뛸 ‘뇌’와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컨디션을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 먼저, 조금 더 지식을 담을 욕심에 잠을 뒤로 미루지 말고 뇌가 충분히 휴식하도록 일찍 잘 자야 한다. 그러나 시험 전날 늦잠은 피해야 한다. 시험 치를 시간대에 각성 상태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뇌를 작동할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과식은 피해야 하지만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으로 잘 먹는 것이 필요하다. 혈당이 떨어지니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음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뇌의 작은 생물학적 변화에 거꾸로 내 마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자서 뇌의 생물학적 컨디션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큰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오를 수밖에 없다. 불안에는 혼잣말로 ‘괜찮아, 불안해하지 마’ 하고 억지로 불안을 찍어 누르기보다는 따뜻한 연결(connection)이 더 도움이 된다. 가벼운 산책으로 하늘·자연과 내 마음을 연결하는 것, 가족이나 친구와 따뜻한 공감 소통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불안감을 낮추어 준다. 음악 듣기나 만화책 보기 등 자신만의 항불안 활동을 가볍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 가족도 불안감은 상승한다. 부모는 더 불안할 수도 있다. 자녀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자녀에게 이야기해도 부모 마음이 실제로 불안하면 불안이 표정이나 목소리의 떨림을 통해 자녀에게 타고 들어간다. 그래서 부모도 잘 먹고 잘 자고 따뜻한 연결을 통해 함께 불안을 다스려 줄 필요가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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