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관련 논의 실종
더이상 개혁 지연땐 미래세대
100명당 19.4→119명 부양 불가피
내년 서울·부산 보궐선거 앞둬
올 연말~내년초가 마지막 기회
국민연금 고갈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지만 개혁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 양상이 반복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개혁의 바통을 국회로 떠넘겼고 국회도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개혁 논의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에는 지난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의 2개안, 정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의 4개안, 2019년 경사노위 연금특위 사회적 논의를 거친 3개안 등 지금까지 도출된 총 7개의 연금개혁안이 올라가 있다. 모든 공이 국회로 넘어가 있고, 현재 국회 의석수로 볼때 의지만 있다면 정부 여당 주도하에 개혁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연금개혁 논의마저 사라진 상태다.
21대 국회에는 국민 신뢰제고를 위한 지급보장 명문화, 첫째아이부터 지원하는 출산 크레딧, 군복무 기간 전부를 지원하는 군복무 크레딧 등 총 36개의 국민연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해묵은 과제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개혁의 핵심은 빠져 있다.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사망일시금 지급 요건 확대와 추납 가능기간 조정 등 지엽적인 내용의 법 개정만 추진되고 연금개혁 논의는 실종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불과 얼마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과는 크게 상반된다. 21대 국회마저 국민연금개혁에 관한한 이전 20대 국회처럼 식물국회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단일안을 내지않고 복수의 개혁안을 제출한 만큼 무책임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복지부는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 적립금이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그해 12월 국민연금 정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은 ▷현행 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 현행 유지·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로 상향,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보험료율 13%로 인상 등 4가지였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연금기금 조기고갈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금대로 가면 적립금은 2038년에 1344조6000억원에 도달한 뒤 2055년에 소진된다. 정부추계보다 2년 더 앞당겨졌다. 가입자 100명이 부양하는 수급자 수를 의미하는 ‘제도 부양비’는 올해 기준 국민연금 19.4명이지만 2090년에는 116.0명으로 급증한다.
내년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2022년 대선도 앞두고 있는 만큼 개혁을 논의할 적절한 시기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정도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 다른 나라의 연금개혁은 대부분 정부나 국회가 주도하면서 추진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적극 나서서 사그라든 연금개혁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는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최소한의 급여 수준이라도 보장하는 방안과 그에 필요한 조치들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며 “소득대체율과 보험료 조정 등 지속가능성 제고는 물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확고하게 의지를 갖고 정부와 여당이 연금개혁을 달성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내 ‘공적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국회 차원의 논의를 본격화하면 내년이 연금개혁의 적기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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