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조지아주 밸도스타에서 지지자 수천 명을 모아놓고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동행한 이날 유세에서 지지자들은 대선 전과 마찬가지로 "4년 더"를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프라인 연설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1월 5일 열리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지지자들을 다시 규합하면서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대선은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가 끝나야 차기 대통령이 최종 결정되는 간접 선거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조지아주에서 이겼다"며 "그들이 대선을 조작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는 이미 조 바이든 당선인이 1만2000여 표 차이로 승리했다고 선거 결과를 확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조지아주를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할 새로운 선거인단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켐프 주지사에게 우편투표 서명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으나 공화당 소속인 켐프 주지사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이 안 풀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켐프 주지사를 집중 비난했다.
그는 "여러분의 주지사는 (부정선거를)쉽게 멈출 수 있다"며 "그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날 유세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상원 통제권은 곧 국가 통제권"이라며 "간단히 말해 자녀들을 사회주의 국가에서 키울지 자유국가에서 키울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1월 상원의원 결선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조지아주는 지난 11월 3일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상원의원 2석을 놓고 재선거를 치른다. 공화당이 2석을 모두 승리하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2석 모두 이긴다면 의석수가 50대50이 되고 부통령이 상원의장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게 된다.
이어진 연설 내용은 시계 태엽을 뒤로 돌린 듯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난과 자신의 업적을 나열한 대목은 마치 대선을 앞둔 시점의 선거 유세를 연상케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P가 상하원 공화당 의원 중 27명만이 바이든 당선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트위터를 통해 "리노(RINO·무늬만 공화당원) 명단을 나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보도 취지는 공화당 내부에 대선 불복이 만연하다는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 숫자도 많다고 여긴 것이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가 승리를 공식 인증함에 따라 선거인단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했다. 주별 선거 결과에 따라 표를 행사해야 하는 선거인단들이 원칙만 지킨다면 14일 투표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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