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측은 11일 전날 검사징계위원회가 기피 신청을 기각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공방을 이어갔다. 징계위원 대부분을 기피 신청한 것이 ‘기피신청권 남용’이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과 징계위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다른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 의결에 참여한 뒤 마지막으로 회피해 징계위에서 빠진 것이 검사징계법상 기피·회피 절차에 맞는지를 두고 다퉜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징계위원 5명 중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기피 신청했다. 징계위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 안진 전남대 교수에 대한 기피신청을 기각했고,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했다. 심 국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절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판사 불법사찰’ 혐의의 근거 문건을 대검 감찰부에 제보한 당사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사징계법 제17조 제4항은 “위원회는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기피 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다만 회피 시기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전날 윤 총장 측은 위원 4명 각각에 해당하는 사유, 위원 3명에 공통 해당하는 사유, 위원 2명에 공통 해당하는 사유를 적어 기피 신청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A·B위원이 공통 사유로 기피신청되는 경우 A위원의 기피 신청 의결에 공통 사유로 기피 신청된 B위원이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심 국장이 기피 신청을 받은 즉시 회피했다면 2명 위원의 공통 사유인 기피 신청에 대해서는 다른 위원 2명이 기피 여부를 의결해야 하고, 의결정족수(과반수)인 3명이 안 돼 징계위가 무산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심 국장의 회피는 기피 신청 사유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기피 절차에 관여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회피 시기를 조절해 모두 기각되게 한 것은 기피 신청의 의결 절차나 의결정족수 규정을 실질적으로 잠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징계위원장을 맡은 정한중 교수는 전날 이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징계위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여러 기피 신청이 있더라도 A위원이 본인의 기피 신청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B위원의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징계위는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 의결에 참여한 뒤 회피하더라도 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 10일 법무부 청사 앞에서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징계위는 또 심 국장의 의결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윤 총장의 기피 신청 자체가 부적절해 기각 의결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징계위는 “징계위원 대부분을 동시에 기피 신청해 징계위를 구성할 수 없거나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기피 신청이 징계 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신청 자체가 기피신청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기각 사유가 모두 ‘기피신청권 남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징계위는 위원 3명 공통 사유만 징계위가 의결할 수 없게 하는 ‘기피신청권 남용’이라며 기각했다. 위원 2명의 공통 사유와 4명 위원 각각의 사유는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이 징계 절차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하는 이유는 향후 법정 다툼에서 징계의 ‘절차적 흠결’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가 오는 15일 두번째 심의기일을 열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의결한다면 윤 총장은 즉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원 대부분을 기피 신청한 이유는 징계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에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 총장 측은 지난 4일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 대부분을 정할 수 있게 한 검사징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을 징계위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