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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김종인, MB·朴 대국민 사과…국민의힘 ‘탄핵의 강’ 건널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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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대통령 잘못은 집권당 잘못…간절한 사죄"

주호영과 초안 공유…사전에 공감대 형성

반대파들 ‘시기상 부적절’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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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면서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탄핵 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 가짐 또한 부족했다"면서 "그런 구태의연함에 국민여러분이 느꼈을 실망감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특정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직인 책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 어지럽히고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도 했다.


이번 사과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외형적인 통합을 넘어 진정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계열의 당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사과문 초안을 완성해놓고 사과 시점을 고민해왔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이 되는 지난 9일에 사과를 하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 대여투쟁에 집중할 때라는 원내 지도부의 의견을 수용해 일정을 연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봐서 시간을 다시 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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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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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사과문 초안을 공유하고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대국민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사과문 내용에 대해 "그 정도는 당연히 반성할 수 있다"고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중진 의원들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초선 의원들도 찬성 의견이 많다"며 "당내 반발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면 대국민사과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언급할 때마다 당내 이견이 표출됐고 그 과정에서 내부 설득을 이유로 시기가 미뤄져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대국민사과에 대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대파들은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느냐는 등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탄핵 이슈가 다시 폭발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재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야 맞지 않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잠룡들은 대국민사과에 잇달아 지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의 당 쇄신에 동조하며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9일 "사과드린다. 용서를 구한다. 다시는 권력이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모든 것을 걸고 모든 힘을 다해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을 두고 또 다시 분열을 조장한다면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우리는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며 "사과와 반성이 늦었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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