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채워달라’ 尹 측 요구 무시, 4명만으로 징계 결정
새 서면 제출됐는데 최후변론 시간 1시간만 부여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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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현직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지만, 각 사유 논거가 제대로 제시되지는 못했다. 정작 중대 결정을 한 징계위원회는 4명으로 구성되며 ‘반쪽’으로 운영됐고, 절차 위반 문제도 불거지고 있어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측 변호인단은 전날 징계위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돌연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점에 대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위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쪽에 편향된 구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검사징계법상 위원은 7명이어야 하는데,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권자로 빠지고 심재철 검찰국장이 판사 사찰 의혹 제보자로 지목되면서 2차 심의에서는 제외됐다. 한 외부위원은 아예 징계위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 4명만으로 위원회가 구성됐다. 검사징계법상 예비위원 3명을 두도록 돼 있지만, 위원회는 7명을 채워달라는 윤 총장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심각한 징계사유 나열했는데 정직 2개월?…‘돈봉투 만찬’ 때는 면직 이번 의결과정에서 윤 총장 측은 최후변론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점을 문제삼는다. 윤 총장 변호인단은 전날 징계위에서 심 국장이 제출한 서면을 반박하고 최후변론에 반영하기 위해 그에 걸맞는 시간을 달라고 징계위에 요청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1시간 이내에 진술할 것을 못박았다. 윤 총장 측은 이 짧은 시간에 심 국장이 제출한 기록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제출한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실상 최종변론을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한 변호인은 “위원회 입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최종진술 기회를 줬다’는 건데, 우리가 20여분에 걸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록에만 남겨달라’고 요구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법관 불법사찰,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검·언유착 사건 감찰과 수사방해 등 중대 사유를 징계사유로 꼽으면서도 정직 2개월에 그친 점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이 사유들은 심각한 직무의무 위반인 데다, 직권남용 등 범죄성립가능성도 있는 사안으로, 각각의 징계사유가 해임 처분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지만 오히려 징계수위는 정직 2개월로 타협했다. 한 현직 검사장은 “위원회가 가장 비겁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징계사유를 늘어놓았지만 실제 잘못을 입증할 자신이 없어 적당히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 정도로 조율을 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특수활동비를 격려금 조로 지급한 ‘돈봉투 만찬’에서도 해임 징계가 내려졌다.심재철 국장 ‘1인 3역’, 이용구 차관은 원전 사건 변호인→ 총장 징계위 직행 정치중립의무 위반의 경우 윤 총장은 이미 대권후보 설문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고, 국정감사장에서도 ‘퇴임 후 국민에 봉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을 뿐 선거 출마 여부를 밝힌 적도 없다.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사건은 문제의 기자가 구속된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아직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입증 못하고 있다.
법관 사찰 의혹 제보자인 심재철 검찰국장은 1차 심의 때는 징계위원이었다가, 다른 위원들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해준 뒤 심의에서 빠졌다. 하지만 2차 심의에는 증인으로 출석해 논란을 빚었다. 심 국장이 제보자, 심판, 증인 1인 3역을 한 셈이다.
의결에 참여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역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차관 지명 당일까지 검찰의 최대 현안 사건인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차관 임명 직후에는 윤 총장의 참모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텔래그램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징계현안을 논의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 차관 전화기에 표시된 ‘이종근2’가 실제로는 법무부 박은정 감찰담당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징계청구권자고, 이용구 차관은 당연직으로 징계위에 참여하기 때문에 두 인사가 미리 징계 현안을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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