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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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겠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중징계가 의결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취소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윤 총장을 겨냥한 압박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윤 총장이 업무에서 배제된 틈을 타 추가 인사를 단행하고 가족·측근 수사 속도를 높임에 따라 강대강 대치 2라운드가 펼쳐질 수도 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 문 대통령이 재가하면 곧바로 법원에 징계 취소소송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내린 윤 총장 직무정지 결정은 행정법원에서 효력이 중단됐지만 이번에는 정직 2개월의 징계가 갖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두고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총장은 빠른 업무 복귀를 위해 효력정지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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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법원이 윤 총장이 제기한 효력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할 경우 시간은 추 장관의 편이 된다. 윤 총장의 징계 취소소송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모두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집행정지 신청이 아니면 윤 총장이 추 장관과 법무부를 막을 수단이 없어진다. 추 장관이 고위직 검사에 대한 후속 인사로 대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의 강도를 높이며 윤 총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이 직무정지되면 총장 직무대행을 맡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교체 선상에 오를 수 있다. 여권에서 2개월 안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켜 윤 총장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조남관 차장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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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던 조 차장은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며 윤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철회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추 장관 성격상 반기를 든 듯한 조 차장에게 검찰 지휘권을 맡겨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여권의 눈 밖에 난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정리도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평가받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은 정진웅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한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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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서는 징계위가 사실상 ‘징계추진위원회’라는 비아냥 등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이 징계 결정을 숙고해 철회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김경목 대전지검 검사는 문 대통령을 향해 “이번 사례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주길 간청드린다”고 요청했다. 검찰과 전직 검찰총장, 학계도 대체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라며 윤 총장 징계에 반발했다. 특히 김각영 전 총장 등 전직 검찰총장 9명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징계절차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징계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가 조형물에 반사되어 보이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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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988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장치”라며 “이번 징계조치는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소신 있게 어떤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서도 “과거 몇몇 중요 사건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던 역사적 경험을 성찰하여 이를 교훈 삼아 형사사법절차가 보다 정의롭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입장문에는 김각영, 송광수, 김종빈, 정상명, 임채진, 김준규, 김진태, 김수남, 문무일 전 총장이 참여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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