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성과에 올인…검찰 내부 반발 등 부작용 커져
추미애 법무부 장관, 권력기관 개혁 관련 브리핑 |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처분에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새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소임 완수를 사의 표명 이유로 들었지만, 윤 총장은 정직 처분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총장 찍어내기'라고 반발하고 있어 개혁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이 제도적 성과보다는 개혁 파트너 간 소통을 기반으로 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미애 사의표명에 대한 입장 설명하는 정만호 수석 |
◇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등 제도적 성과
추 장관은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의 정직 징계안을 제청하면서 "개혁 입법에 대해 완수가 됐고 소임을 다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윤 총장 징계 직후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윤 총장의 징계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 개정안 처리와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1차 심의가 열린 지난 10일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15일 2차 심의 때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시행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공수처 출범 준비까지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일단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루게 됐다는 평가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넘어갔고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통해 비대해진 수사권을 분산함으로써 '수사권의 총량은 유지하면서 권한을 분산한다'는 검찰개혁의 취지에도 근접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성과만으로 검찰개혁을 낙관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극단적인 대립 구도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갈등이 대표적이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 채널A 사건 등을 두고 윤 총장과 줄곧 대립하면서 꺼내든 수많은 압박 카드는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윤 총장 정직2개월 처분 (PG) |
◇ '추미애식 개혁은 반쪽짜리' 지적도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채널A 사건, 라임 사건과 관련해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바로 그 사례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공개적으로 발동하면서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밀실에서 검찰총장을 지휘했던 과거 사례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두 차례 수사 지휘로 윤 총장의 지휘권을 완전히 배제하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검찰청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총장의 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전면적 저항을 불러온 점도 검찰개혁의 완수를 목표로 하는 추 장관에게는 뼈 아픈 대목이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검찰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밀어붙이기식 기싸움에만 전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이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 장관 밑에서 검찰국장을 지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 총장의 징계 청구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개혁 무산'을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윤 총장의 정직 처분으로 검찰 조직의 반발이 다시 커지는 점은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기점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앞으로 제도적 성과보다는 경찰·국정원·검찰 등 개혁 파트너 간 소통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에 힘이 실린다.
위에서 끌고 가는 개혁이 아니라 각 단위의 노력을 동력으로 삼아 지금까지 이룬 제도적 성과를 바탕으로 개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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