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심의·의결 요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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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지난 1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임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위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조작 가능성 등을 언급한 윤 총장 측 증인들 진술을 배제한 반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진술은 상당부분 받아들여 반영했다. 특히 윤 총장이 “‘정치’를 한마디도 안 했지만 정치 활동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들어 징계를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에 따르면 징계위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의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의 사유를 들어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위는 심의·의결 요지에서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다”며 다만 “이 사건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로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해임이 아니라 정직 2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춘 이유로 △검찰총장 임기(2년) 보장 △법률로 보장되는 검사의 신분 보장 △징계에 따른 여론 영향 △서울행정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 △징계에 따른 검찰 내부 반발 △윤 총장 잔여임기를 꼽았다.
징계위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에 대해선 관련 업무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재판부에 불리한 여론을 법령 근거 없이 위법하게 수집해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징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메신저를 통해 2700여 차례 연락한 점을 근거로 가까운 사이라고 보고 해당 사건 보고를 윤 총장이 회피하지 않고 대검 감찰부에 감찰 중단을 지시한 점 등을 ‘측근 감싸기’라고 징계위는 결론내렸다.
지난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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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는 결정 과정에서 윤 총장 측 증인들 의견을 대부분 배제했다. 지난 15일 징계위 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문건에 대해 “죄가 되기 어렵다”고 한 의견과 관련해 제출한 증거는 심의·요지에 담기지 않았다. 채널A·한 검사장 통화 전에 이미 지난 2월 초 MBC와 ‘제보자X’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해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일 가능성을 제기한 대전지검 이정화 검사의 진술도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재판부 성향 문건은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하고,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진술은 징계위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관계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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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과 광화문촛불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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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는 논란이 된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윤 총장이 정치 활동 가능성을 적극 회피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 활동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검찰총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윤 총장 행동이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반복됐다”며 “급기야는 국정감사장에서 정치 활동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함으로써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는 발언을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 활동을 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단정했다. 다만 징계위도 “윤 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위 발언에는 ‘정치’라는 말이 일절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심재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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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징계위 절차뿐 아니라 내용을 지적하며 “심재철·김관정·이정현 검사장이 윤 총장 징계위에 낸 진술서를 검찰 구성원에게 공개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본건 징계처분은 그 청구절차 및 징계위 운영 등 여러 면에서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어차피 2∼3개월이면 법정에서 다 공개될 것”이라고 진술서 공개를 요청했다.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심 국장을 향해 “뛰어난 상상력이 빚어낸 ‘공포’가 (심 국장의) 질주를 추동하는 강력한 엔진인가 보다”라며 위증죄 공소시효가 7년이란 점을 근거로 “2027년 12월 15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고 자기 사람으로 위원을 구성하려 했다는 징계위 의결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15일 징계위 증인신문 과정에서 모두 증언했으나 징계위 판단에서는 전혀 고려,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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