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신설·변경된 지표 소급 적용, 학교에 불리”…자사고 지위 ‘유지’
다른 학교 소송 영향 주목…부산시교육청 “지표 전국 동일, 항소할 것”
지난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교육청이 자사고 운영 평가 기준을 갑자기 바꿔 해운대고가 피해를 보는 등 지정취소 절차 상 위법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교육당국의 운영성과 평가 후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전국 자사고들이 같은 내용으로 소송 중인 상황에서 나온 첫 판결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항소하기로 했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최윤성 부장판사)는 18일 해운대고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운대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해운대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해운대고의 2014~2018학년도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2018년 12월31일에 신설·변경한 기준을 소급 적용했다. 해운대고는 운영 평가에서 기준 점수(70점)에 못 미치는 종합점수 54.5점을 받았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경된 기준점수를 2018년 12월31일에서야 통보한 것은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상황으로, 미리 예측하기 어려워 2019년에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그런데도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지나간 평가 대상 기간의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해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평가 지표의 신설·변경이 없었다면 해운대고는 자사고 지정기간 연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은 (부산시교육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동해학원 측은 “교육당국이 평가지표를 고시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해 평가기관으로서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가지표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공표됐고, 평가는 공정하게 진행됐다”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쟁점사안을 검토·보완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운대고를 비롯해 전국에서 자사고 10개 학교의 지정취소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사고에 재학 중이거나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운대고의 경우 이미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있어 원래대로 운영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혼란이 적게끔 향후 학교 특징이나 상황에 맞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지정취소된 8개 자사고와 소송을 진행 중인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 부산의 자사고는 여건이 무척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겸허히 재판부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내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법원 판단은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에 대한 우리 교육청의 평가 과정은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에도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며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김서영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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