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임대인 ‘공공의 적’ 취급했지만 전셋값 폭등
“이 전셋값이면 차라리 사자”…중저가 아파트값 끌어올려
전국이 불장되자 전국을 규제지역으로
‘사다리 걷어차기’, ‘벼락거지’ 등 박탈감 호소
신임 국토부장관 “설 전에 주택 공급 방안 발표”
2020년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10억원을, 평균 전셋값은 5억원을 넘긴 해로 기록된다. 사진은 20억원 초고가 전세계약이 등장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헤럴드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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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역대급으로 상승한 2020년은 결국 12월 마지막주까지도 멈추지 않고 오름세를 유지했다. 2021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이뤄낸 ‘서울 집값의 급격한 상승’에 반전이 생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28% 상승, 전세가격은 0.29% 상승했다. 특히 서울(0.05%→0.06%)과 수도권(0.22%→0.23%)은 지난주에 비해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2020년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원년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9억8503만원을 찍고 바로 한 달 뒤인 9월 10억312만원이 됐다. 12월은 10억4299만원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2017년 5월께는 84㎡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 이상인 구는 강남구 단 1곳이었다. 서초구도 같은 면적 평균값이 9억7300만원, 송파구 7억2900만원으로 모두 10억원 아래에 거래됐다. 그러나 현재 84㎡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는 구는 강남3구를 비롯해 총 9개 구가 됐다.
2017년 김현미 (전)국토부 장관은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 등 투기 세력으로 지목하며 “서민 주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재임기간 동안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연달아 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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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사다리 걷어차기=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9월 기준 15.6배로 집계됐다. 이는 소득 3분위(상위 40~60%)인 가족이 평균 집값 상위 40~60%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선 약 15년 7개월간 소득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근로소득을 모아 집을 살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현금을 가진 이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9억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LTV 20%가 적용된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라고 하더라도 LTV 50%라 최소한 절반 이상은 현금으로 보유해야 집을 살 수 있다. 9억원짜리 집을 산다면 최소 4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매수에 나선 이들은 신용대출과 증여 등을 모두 끌어모으는 이른바 ‘영끌’에 나섰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에 나선 정부는 이마저도 막았다. 11월부터 시중은행 대출요건이 엄격해지면서 현장 곳곳에선 ‘정부가 사다리를 끊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세대란에 ‘차라리 사자’…실수요자가 올린 집값=문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라는데 있다. 이번 패닉바잉은 전세난이 부추긴 회피수요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전셋갑 폭등의 시작은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7월말부터였다. 기존 세입자는 안 나가겠다고 버텨 전세매물 잠김이 본격화되고, 새로 놓는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결국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처음으로 5억원대에 진입했다.
정부는 세입자의 거주권 보호를 위해 나섰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움직임은 정책과 거꾸로 나타나버렸다. 9월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KB월간주택가격동향)가 189.3으로 전월 185.4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는 0~200까지로 100을 넘길 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뜻한다. 특히 강남 11개구는 191.1로 200 턱밑까지 올랐다. 연초 전세수급지수는 154.4였다.
매스컴엔 각양각색의 전세난민 사례가 보도됐다. 초고가 전세 아파트도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20억원(3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사람들은 ‘이 돈이면 차라리 사자’는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서울 외곽 중소형·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 한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이 노원구라는 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5월 기준 38만2643가구가 있었지만 12월에는 26만6328가구만 남았다. 무려 30%가 사라진 것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운양동 일대 모습.[헤럴드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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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밀려나 김포·파주로=서울에서 더이상 집을 사거나, 전세로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은 경기도로 눈을 돌렸다. 특히 비규제지역이라 대출 제한이 없는 김포와 파주로 추석 전후 가을 이사철에 매수세가 몰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한 건수는 3만3695가구(11월까지)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김포시 매매거래 1729건 가운데 김포시 이외 거주자가 701건으로 40%를 차지했다.
김포는 ‘금포’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룻밤 사이에 실거래가가 1000만원씩 오르니 호가도 덩달아 오르고, 계약금 2배를 물어주고 기존계약을 파기하는 ‘배액배상’도 흔하게 나타났다.
▶설 전에 내놓겠다는 ‘묘안’…효과 있을까?=서울→경기도→지방 순으로 전국 집값이 다 오르고 정부가 전국을 조정대상지역(전국에 111곳·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이 없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 2곳 뿐)으로 선포하니, 다시 매수세가 강남으로 회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78건으로 신고 기한이 한 달 이상 남았음에도 8~10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당초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으로 부동산정책을 펴왔었다.
이런 가운데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장관은 29일 취임식에서 “내년 설(2월12일) 명절 전에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택공급 물량 증가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도심 내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27만3649가구로 2020년 36만2815가구보다도 25%가량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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