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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부동산·주식·금에 비트코인까지 급등…"돈 못 번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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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행동재무학]<336>사상 초유의 유동성 증가가 이끈 부(富)의 버블, 부자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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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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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상이 온통 안 좋은 뉴스로 넘쳤는데, 재무적으로는 돈 번 사람이 유독 많았던 아이러니한 해였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오르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값은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었고 비트코인은 연말에 3000만원을 넘었다. 뭐든 자산에 투자한 사람은 최소 몇십 퍼센트에서 최대 200~300%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전국의 아파트 등 집값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꿈틀꿈틀 계속 올라 집주인의 재산을 불렸고 전셋값마저 급등하며 임대주의 돈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었다.

KB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4299만원으로 집계돼 1월 평균가격(8억6997만원)보다 약 1억7300만원, 17%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이었으니 집주인은 3년 7개월간 약 4억3600만원의 재산 증가를 맛보았다. 가격 상승률은 71.8%에 달했다.

전셋값 상승률도 가팔랐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7581만원으로 집계돼 1월 평균 전세값(4억7795만원)과 비교해 약 8300만원, 17%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6월 이후 1년 사이 사상 최고치 증가였다.

주식시장은 “대~박”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초활황 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주식계좌를 살찌웠다.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을 능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동학개미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열풍도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SK바이오팜 등 기업공개(IPO) 대박 공모주를 배정받은 행운의 사람은 ‘따상상’ 등으로 투자금액의 2~3배 차익을 단 며칠 만에 거둘 수 있었다. 해당 기업 임직원들은 기업공개로 수십억원대의 돈방석 위에 앉았다.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부분의 시총 상위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소형주마저도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면서 자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 가운데 2배 이상의 차익을 기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올해 3월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개인 돈 800억여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130%가 넘는 평가차익을 얻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지난해 1년간 20% 넘게 급등했다. 금값은 지난해 8월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도 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마저 뒤늦게 가격 상승 대열에 동참하며 사상 최고치를 뚫었다. 지난해 연말에 3000만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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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부동산이나 주식, 금, 비트코인 등 어느 하나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부자 대열에서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심리를 지칭하는 ‘포모증후군’(FOMO)이라는 용어도 유독 많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서점가에서는 ‘부’(富)와 관련된 책들이 유독 많이 출판됐다. ‘부의 속도’, ‘진짜 부자, 가짜 부자’,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등 헤아릴 수 없었다.

부와 관련된 서적들은 포모증후군을 누그러뜨리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겼다. 그래서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빚투'가 유행처럼 번졌고 심지어 대출을 최대한대로 끌어모아다는 ‘영끌’ 대출도 거침없이 행해졌다.

이처럼 지난해는 부동산에서 주식, 금,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가들의 부(富)가 늘어났다. 돈을 조금 번 사람은 있어도 못 번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난해 자산가의 부의 증가 현상은 비자산가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예컨대 지난해 초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서 은행에 예치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지난해 1년간 1%내외의 예금이자 수익을 얻는 데 그쳤을 것이다. 만약 이를 달러화로 바꿔 달러화 예금을 했더라면 심지어 커다란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지난해 달러화가 약 7% 하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금 보유자(=비자산가)는 자산가와 비교해 자신의 재산이 상대적으로 쪼그라드는 걸 경험했다.

자산가와 비자산가의 부의 격차는 지난해에 더 벌어졌다. 사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가와 비자본가의 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는 주장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이라는 책에서 이미 주장한 바이다.

피케티 교수는 과거 수백년간의 통계를 근거로 자본이 증가하는 속도가 생산과 임금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빨랐음을 발견하고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빈부격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700년 이후 자본 수익률은 연간 약 5%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률은 여기에 훨씬 못 미쳤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가 감소하는 부류에 속하지 않으려면(=반대로 부자가 되는 축에 속하려면) 부동산이나 주식, 금, 비트코인 등 뭔가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다 지난해엔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증가를 단행하면서 자본가와 비자본가간의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자산이 일괄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겁이 나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각국에서 시행된 대규모의 유동성 확대 정책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거침없이 증가했다.

최근 미국 온라인 뉴스매체인 뉴스맥스(Newsmax)는 지난해 미국, 중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8개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가 약 14조 달러(1경530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금껏 사상 최고치였던 8조3800억 달러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의 버블, 거품을 만들었다. 이는 지난해 자산가에 늘어난 부의 상당 부분이 버블로 만들어진 것임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동성이 만든 부(富)의 버블이요, 부자 버블이다.

그래서 자산가는 버블로 늘어난 부의 증가를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한다. 특히 올해에도 자산 가격 버블이 계속 유지된다고 낙관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라”고 말했듯이 올해는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접근하는 게 현명한 투자전략일 수 있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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