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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해외 사례로 본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전망···“일부 노선 사업권 매각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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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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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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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독과점 우려가 커지는 노선 사업권을 다른 항공사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경쟁당국이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항공사 간 기업결합 승인 사례에서 보듯 이러한 매각 조치가 가격 경쟁을 유도해 항공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당국의 과거 결정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위기가 독과점 우려를 무릅쓰고 항공사 인수를 쉽게 허용하는 조건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형항공사 M&A(인수·합병) 관련 이슈와 쟁점-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주요 현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조사관과 최은진 조사관보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과거 미국과 EU 경쟁당국의 항공사 인수·합병 사례를 제시하고,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심사 과정에서 다뤄질 쟁점 등을 분석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 중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선별로 독과점 우려 따져야”

두 항공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는 국내외 각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각 노선이 서로의 소비자 수요를 가져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천-시카고와 같은 각각의 노선을 별개 시장으로 보고 독과점 가능성을 따져야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는 미국과 EU 등 주요 경쟁당국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독과점 심화 여부는 국내·국제선, 여객·화물 운송 등 대분류상 각 항공사의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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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해 12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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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 측이 ‘독과점 우려는 크지 않다’며 제시한 근거를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인천공항 여객 슬롯(slot) 점유율은 38.5%이고 화물을 포함하면 40%”라며 독과점 문제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8.5%는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두 항공사의 슬롯 점유율을 의미한다”며 “개별 노선의 점유율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정 노선에 대한 독과점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항공사의 취항 편수가 많은 인천발 미국·일본·중국 주요 도시행 국제선 노선 일부는 점유율이 38.5%를 크게 상회해 독과점 우려가 존재할 수 있다”며 “향후 공정위 심사에서 주의 깊게 검토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노선 ‘사업권 매각’ 가능성

독과점 우려가 큰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사업권 매각을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3년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항공 합병 승인 사례를 들었다. 당시 미국 경쟁당국은 두 회사 점유율이 높았던 일부 공항의 슬롯과 지상시설 등을 저비용항공사(LCC)에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대형항공사들과 LCC간 경쟁이 발생해 워싱턴-보스턴 노선 운임이 30% 하락하고, 소비자들이 연간 총 5000만달러를 아끼는 효과가 발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매각 조치는 가격경쟁력을 주 무기로 하는 LCC들이 해당 노선에 신규 진입하거나 노선 편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며 “이는 소비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노선에서 비계열사 LCC들에 운수권이나 슬롯 등을 양도하도록 하는 조치를 부과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에도 엄격할 심사 기준

코로나19 경제위기가 공정위의 독과점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공정위 심사 기준에 따르면, 독과점 우려가 커도 인수 대상 회사가 ‘회생 불가’로 인정될 시 기업결합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항공 수요 감소는 하나의 고려 요인일 뿐, 심사 기준을 약화시키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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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앱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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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그리스 에게항공의 올림픽항공 인수시 EU 경쟁당국이 내린 판단이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EU 경쟁당국은 에게항공이 인수하지 않으면 올림픽항공이 빠른 시일 안에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며, 에게항공 외에는 올림픽항공을 인수할 사업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당시 그리스 경제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됐다는 점은 올림픽항공의 시장 퇴출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려된 정황일 뿐”이라며 “경기악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회생불가 인정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과 EU 경쟁당국은 코로나19 상황과 무관하게 기업결합 심사에서 회생불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운송 수요 급감과 단기간 내 반등 불확실성은 아시아나항공 회생 가능성을 판단할 때 고려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법상 회생불가 인정 기준의 엄격한 기조에 변동이 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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