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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트럼프 탄핵 정국

“美, 바나나 공화국 됐다…당장 끌어내라” 트럼프 탄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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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미 의회 난입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렬 지지자들을 사실상 조장, 선동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직 대통령 등 원로를 비롯해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임기를 2주 밖에 남겨놓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온 백악관 보좌진들도 이번 사건의 충격에 줄사퇴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거나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부통령)가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이긴다”며 상원의장을 겸하는 펜스 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펜실베이니아대로(大路)를 따라 걸을 것. 나는 이 길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의회로 간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대로는 백악관과 의사당 사이를 잇는 길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가서 시위를 계속하자고 선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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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제 시위대의 행동이 격화되던 오후 3시쯤에는 트윗을 통해 “나는 의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지키기를 요청한다. 폭력은 안 된다. 우리는 ‘법 집행’의 정당”이라며 시위대를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해산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상자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오후 4시반쯤에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나마 이 때도 “우리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며 불복 의사를 계속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잇단 발언이 극렬 지지자들의 불복 심리에 불을 지펴서 폭력 행위로 이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들도 잇달아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는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중남미 등 부패가 심각하고 정국이 불안한 나라들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현직 대통령에 의해 오늘의 폭력이 있었다고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엄청난 수치”라고 비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늘의 폭력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열성 지지자들이 불을 붙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료와 보좌관들도 일제히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그 중 일부는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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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는 탄핵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참에 아예 정상적인 임기 수행을 하지 못하게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시실린과 테드 리우는 이날 저녁 펜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당신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위에서 몰아내는 절차에 착수하기를 촉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썼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됐을 때 부통령이 직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게 규정한 조항이다. 이밖에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CNN과 악시오스 등은 민주당 뿐 아니라 일부 전현직 행정부 각료와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참모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그에게 등을 돌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CNN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부보좌관, 크리스 리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의회 난입 사건을 계기로 사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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