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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쏟아진 '정인이 방지법', 반영은 달랑 3건… '졸속 입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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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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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아동학대처벌법)이 14건 발의됐지만 이 중 본회의 통과된 개정안에 반영된 건 달랑 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문제점을 잘 아는 전문가나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성급하게 ‘보여주기’식 발의에 나선 탓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정인이 사건을 방송한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이 나간 지난 2일 이후 아동학대 처벌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은 모두 14개(아동보호법안 포함 17개)에 달했다. 지난해 추미애 장관 아들, 검찰 수사와 관련한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법사위에서 아동학대처벌법 논의가 전무했던 것 등을 감안하면 정인이 사건 보도를 계기로 정치권 대응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문제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법안들이 재탕 수준에 그치거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발의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아동학대 처벌과 관련해 발의된 법률안 중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에 반영된 법률안은 단 3개에 그쳤다.

    개정안에 반영된 법안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 현장 내부(주거지 등)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면제 또는 감경해주는 법률안(김병욱 의원 등 34인)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아동호보 사건의 조사를 위한 소환 등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과태료 상한 등을 담은 법률안(김정재 의원 등 10인) 등이다.

    그 외 법안 대부분은 아동학대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방송 후 이틀 만에 발의된 법안의 경우, 아동을 학대해 중상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징역 하한선을 기존 3년에서 6년으로 높이는 등 형량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무작정 처벌을 강화하게 되면 법원이 높은 수준의 증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오히려 처벌이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결국 아동학대 형량을 높이는 내용의 법률안 2건은 반영되지 못했다.

    세계일보

    11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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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2회 출동하면 반드시 아동과 학대행위자를 분리하는 법안 역시 도마에 올랐다. 분리된 아동이 갈 곳인 전국의 아동보호 쉼터가 포화상태인 점, 쉼터 입소를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학대 신고를 기피할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란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 법안 역시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에 반영된 법률안 역시 국회가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통과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아동학대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와 관련해 국회는 8일 개정안을 통해 법정형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는데, 이미 지난해 3월 경찰청이 같은 내용의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 및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외에도 경찰의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현장출입조사를 방해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입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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