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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여정 "주제 넘었다" 한달뒤···깜짝 교체된 최장수 장관 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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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사유' 없는데 전격 교체 결정

김여정 비난 담화가 영향 미쳤나

중앙일보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3년 7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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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3년 7개월째 자리를 지키던 강경화 장관이 20일 교체 명단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이번 인사를 놓고 ‘깜짝 개각’이란 평이 나온다. 강 장관은 교체 및 경질 사유가 없는 데다 당초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 적도 없어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강 장관은 문 대통령 임기 끝까지 함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강 장관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얘기는 나왔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개각 대상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강 장관 교체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강 장관을 공개 지목하며 “우리의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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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IIS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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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 부부장의 발언은 강 장관이 지난달 5일 국제전략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됐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비상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데 대해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를 놓고 강 장관을 향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계산한다’는 말은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김 부부장 담화가 나온 뒤 강 장관이 교체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6월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등을 발표한 뒤 물러났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4일 “항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했다. 이후에도 통일전선부 대변임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이어 같은 달 9일엔 남북 정상 간 신뢰의 상징이던 핫라인을 비롯해 모든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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