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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車반도체 생산 좀 늘려줘"…전세계가 대만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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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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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감산에 나선 가운데 미국·일본·독일 등이 대만에 증산을 요청했다. 대만 정부는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 등에 증산 협조를 요청했다. 특정 국가에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증산 협조를 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작년 말부터 각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대만에 반도체 공급 증대를 요청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일본·독일에서 협조를 요청해왔다고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에서 제조업을 담당하는 경제부는 반도체 기업에 증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만 간판 기업인 TSMC와 세계 파운드리 4위 업체인 UMC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대응을 서두르도록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부족인)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최우선 사항"이라며 "자동차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파운드리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주로 스마트폰용 모바일AP나 이미지센서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차량용은 커넥티드카 등 미래형 제품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차량용 증산 요청 대상에 삼성전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독일 인피니온이 1위를 달렸고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설계를 주로 하며 제품의 일부만 생산하거나 생산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설계한 제품의 상당 부분은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스마트폰용 제품 등에 주력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4% 정도 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작년 가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PC·가전 등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파운드리 업체들도 생산설비를 이 분야로 재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차량 반도체 부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 폭이 높지 않고 수급이 안정되면 가격이 다시 하락할 염려가 있어 관련 업체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도 차 업계 주름살을 깊게 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보통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지만, 이 분야가 파운드리에서 앞서가는 기술이 아니어서 선뜻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다. 삼성전자 등은 주로 소품종 다량생산을 가능한 8인치 웨이퍼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요처에 가격을 10~20%가량 올려 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감산도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1~6월 글로벌 차 업계 감산 규모가 150만대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폭스바겐은 중국·북미·유럽에서의 생산 조정을 발표했다. 포드는 북미 일부 공장 등에 대해 가동 중단을 표명했고, 도요타도 미국에서 일부 감산에 들어간다. 혼다는 이달 소형차 피트를 4000여 대 감산할 것으로 보이고 닛산은 소형차 노트 감산에 돌입했다. 이 밖에 다른 업체들의 감산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감산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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