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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스무살 여가부, 여성 권익 높였지만 젠더 갈등·권력형 성범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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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설립 20년 후 우리사회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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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1년 여성부 출범 이후 명맥을 잇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오는 29일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여가부가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남녀 차별적 요소를 개선하고 여성 권익을 높인 성과가 있지만 남녀 갈등을 방치하고 가족 주무 부처임에도 가족 해체, 저출산 문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양성 평등 인식 개선, 한부모 가족 관심 제고 성과

28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가 올해 주무르는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2019년 이후 3년째 1조원을 넘겼다. 정부 전체 예산 중 0.2% 수준이지만 0.03%에 불과했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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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업무는 크게 여성, 청소년, 가족, 권익 등 4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여성 부문에서는 양성 평등 인식을 높이고 경력단절을 줄인 성과를 냈다. 여가부가 성평등 사회참여, 여성 인권·복지 등을 토대로 산출하는 국가성평등지수는 2019년 73.6점(완전성평등은 100점)을 기록해 5년 연속 상승했고 여성 고용률은 2009년 47.3%에서 2019년 51.6%로 올랐다. 또 양육비 미이행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가족 부문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던 다문화·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는 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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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현안 주력하면서 젠더 갈등 외면

하지만 여가부가 여성 정책에만 관심을 두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남녀 혐오, 젠더 갈등은 외면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온라인에서는 ‘김치녀’, ‘한남’ 등 상대 성(性)을 비하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2018년 서울 이수역 폭행사건처럼 남녀 혐오 사건들이 잇따랐다. 경기도가 실시한 설문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남녀갈등을 꼽은 응답자가 2017년 5%에서 2019년 9%로 급증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 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은 소수자, 남성은 특권층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20대를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첨예해졌다”며 “국민 인권과 복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부처로서 성별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도 여가부 책무인데 여가부가 갈등 완화를 위해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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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범죄 침묵에 ‘여가부 폐지론’ 들끓어

성 평등과 여성 권익 향상을 주장하면서 권력형 성범죄에 침묵하는 모습은 여가부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고 스스로 ‘여가부 폐지론’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잇단 성추문이 발생한 직후 여가부는 주무 부처임에도 입장 표명을 회피하고 2차 피해까지 외면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야당인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성명에서 “여가부는 ‘제발 2차 가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 측의 요구에 ‘검토해 보겠다’는 말로 번번이 묵살해 버렸다”며 “피해자의 절규와 호소에 귀를 막는 것이 바로 권력형 성범죄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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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주무 부처지만 존재감 미미

돌봄, 저출산 문제는 가족 정책의 핵심 사안임에도 주무 부처인 여가부 존재감은 미미하고 오히려 정책이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짜여지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0년 여가부가 복지부로부터 가족 업무를 이관받을 당시 노인·아동은 놔둔 채 청소년 등 일부 업무만 넘어오면서 여가부는 다문화·한부모 가족에 지원금만 지급하는 반쪽짜리에도 못 미치는 주무 부처가 됐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2020년 시행계획에 나온 저출산 예산을 보면 중앙 부처 중 복지부 비중은 30%에 달하는 반면 여가부 몫은 2.5%에 불과해 고용노동부(8%)보다도 적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여가부 예산 중 가족 비중이 60%로 여성(8%) 부문보다 훨씬 큰데도 여가부가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여성 사업만 부각된다. 여가부 확대 출범 이후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26명에서 2019년 0.918명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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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독일처럼 가족 중심 재편해야”

복지 전문가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여성 차별 뿐만 아니라 가족 해체, 저출산이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여가부의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가족, 노인, 여성, 청소년 업무를 모두 관할하는 가족부(정식 영문 명칭은 Federal Ministry for Family Affairs, Senior Citizens, Women and Youth)를 만들었다. 김혜숙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같은 문제는 독일처럼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가족 정책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복지부가 맡고 여가부는 형식적인 역할만 한다”며 “독일처럼 가족, 노인, 여성, 청소년 업무를 관할하는 부처로 헤쳐 모이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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