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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세번째 음주운전에 고작 벌금형···그 이유는 "노모 모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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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저승사자와 처녀귀신 등으로 분장한 모델들이 음주 교통사고 차량 앞에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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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30대 남성이 세 번째 음주운전에서도 다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야간에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죄로 집행유예 중이었던 터라 법원의 ‘온정주의’ 판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 번째 음주운전에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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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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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은 지난 19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36)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음주운전 역시 세번째 적발된 것이었다.

골프강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지난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2년이 지난 2013년에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노모 모시는 점 고려” 벌금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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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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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2월 1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2㎞를 운전했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1%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0.08%)을 넘었다. 검찰은 김씨를 정식으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현재 이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음에도 음주운전 범행을 저지른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노모를 부양하는 가장이다”라며 “기존 음주운전과의 시간적 간격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해 이번에 한하여 선처한다”며 1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씨 측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윤창호법 시행돼도 여전히 솜방망이



음주운전 사고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법원의 판결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김병언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이미 2회의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0.121%라는 상당히 높은 음주 수치를 보였다”며 “윤창호법에 따라 가중처벌대상임에도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처벌이 다소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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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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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린 개정 도로교통법 등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을 선고할 수 있다. 기존의 3회 이상 적발(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 기준보다 강화됐다.

지난 20일 네 번째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채민서씨도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논란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숙취 운전’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아주 높지 않았던 점을 참작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윤창호법 시행됐음에도 3회 이상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일정하지 않고 유사한 사건임에도 재판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고 있다”며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세밀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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