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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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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시즌2 중단]컨트롤타워 역할해야 할 당·청 침묵…'유령 프로젝트'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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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委·국토부 등 부처·정치권간 책임공방만

작년 총선 이후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 사실상 중단

청와대 '침묵모드'일관…내년 대선과정서 재논의 전망

[이데일리 박진환·황현규 기자] “대통령직속기구인 균형발전위원회의 청사진 없이는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국토부 관계자) vs “위원회는 최종적인 검토 역할만 할 뿐,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했던 ‘혁신도시 시즌 2’ 계획이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책임소재를 놓고, 각 정부부처와 정치권간 떠넘기기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공공기관의 지역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에게, 위원회는 정치권에게 각각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국토부는 “위원회의 정책 결정이 없어 실무단계에서 할 만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정치권과 정부가 주도해 이끌어가야 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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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10 혁신도시 지방정부 연대회의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앞줄 왼쪽 5번째부터 오른쪽으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지방 혁신도시 대표자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와대·정치권은 침묵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현실·구체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지역에 성장 거점을 만들자는 취지에 따라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매력적이고 품격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연관 기업들이 함께 들어와 경제·산업 활동의 거점을 조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6월 12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구 구상’을 통해 공공기관의 지역이전 추진 의지를 공식으로 천명했다. 이어 2004년 4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7년 2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혁신도시는 2007년 9월 착공해 2019년 12월 기준 153개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을 완료했다.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정책 사업의 핵심이다. 혁신도시가 만들어진 각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려와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된다”며 현재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추가 지역이전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이후 참여정부 계승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역이전을 공언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을 공식화했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2차 지방 이전 대상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100여 곳을 포함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후 ‘혁신도시 시즌 2’는 이름만 있을 뿐 실체는 없는 유령 프로젝트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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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와 충남도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2019년 8월 29일 혁신도시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대전시청사에서 발대식을 열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내년 대선 과정에서 재논의될 듯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혁신도시 관련 결정과 지정·검토는 위원회 소관 업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혁신도시는 단순히 중앙부처 한곳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위원회가 검토하고 결정한 뒤 국토부에 청사진을 보내면 이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로 지정된다고 해도 공공기관의 재배치는 또 다른 영역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직원 수, 민간영역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알짜 공공기관 유치에 지역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역간 갈등과 경쟁이 심하다보니 균형발전위는 “특별법상 위원회가 결정·검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논의는 지자체와 정치권 등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지역을 지정하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간 이해관계와 예산, 공공기관의 입장 등이 반영돼야 한다”며 “다양한 입장이 어느 정도 수렴 된 뒤 최종적으로 위원회가 검토·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가 추진 의지 없이 논의를 중단한 게 근본적인 이유라는 얘기다. 위원회 관계자는 “혁신도시 시즌 1의 경우 참여정부와 당시 여당이 주도적으로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다. 그 결과 혁신도시 시즌 1은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 발표에서부터 2005년 6월 국무회의의 최종계획안 심의·확정까지 2년 만에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와 여당 내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결국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역이전은 내년 대선 과정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선 부서와 별도 조직인 위원회에게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며 청와대와 정치권의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혁신도시 플랜은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 인프라 등을 혁신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라며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협의와 거대한 도시 계획 등이 수반되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핵심 키를 쥐고 사업 계획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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