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대법원 부인→임성근 반박→대법원 침묵… 그동안 무슨일이
2018년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발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의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사표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부인했지만 임 부장판사는 즉각 반박했다. /남강호 기자 |
임 부장판사 말이 사실이라면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이란 문제로 곧바로 연결된다. 한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정말 그런 말을 했다면, 법관 독립을 수호하는 대법원장이 여권과 공모해 사법 독립을 근본부터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의 정치 편향성은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 이번 사안은 훨씬 더 적나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권법 판사 출신 與 의원들이 주도
여당 내에서 법관 탄핵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때는 작년 1월쯤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불거진 대법원의 권한 남용 사건,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줄줄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때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작년 4·15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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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총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법 농단 판사들을 탄핵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라고 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도 비슷한 시기 언론 인터뷰에서 “사법 농단 판사들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탄핵을 주도한 두 사람은 판사 출신 초선 의원으로, 판사 재직 시절 김 대법원장이 만든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이었다.
임 부장판사가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러 김 대법원장을 찾아간 시점은 여당 내 ‘판사 탄핵’ 얘기가 나오던 그해 5월 22일이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을 만나고 나온 직후 ‘내가 탄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의아했었다”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인권법 판사 출신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판사 탄핵을 공식화하고, 이 단체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이 비슷한 시기 법관 면전에서 탄핵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법관 탄핵 자체가 여당과 김 대법원장의 합작품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 “사실 아니다”→”입장 없다”
김 대법원장은 3일 오전까지만 해도 본인의 ‘임성근 탄핵’ 발언 관련 본지 보도에 대해 대법원 홍보심의관을 통해 “작년 5월 면담 과정에서 오간 얘기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의 사실 여부를 묻는 다른 언론엔 비공식적으로 “임 부장판사는 정식으로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그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도 없다”고 대응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이 본지 보도의 사실 여부를 질의하자,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12시쯤 이 ‘비공식 답변’을 대법원 명의의 공식 답변서에 그대로 적어 보내 야당 의원실에 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장판사 공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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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3시간 뒤 임성근 부장판사는 변호인을 통해 김 대법원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해 그는 “대법원장 면담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김 대법원장에게도 이를 보고했다”고 했다. 본지 취재 결과, 그는 당시 김인겸 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행정처장에게도 “사직 문제 때문에 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부장판사는 또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법원 일각에선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임 부장판사 반박 입장이 나온 뒤 본지는 대법원에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대법원은 “입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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