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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김광일의 입] “윤석열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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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를 홀로 키워내기는 참 힘들다. 반짝 가려면 홀로 갈 수 있으나, 오래 멀리 가려면 라이벌과 함께 가야 한다. 블랙핑크가 있어야 방탄소년단이 빛이 난다. 방탄소년단도 블랙핑크가 있어서 힘이 날 것이다. 남진이 있어야 나훈아가 있고, 태진아가 있어야 송대관이 있다. DJ와 YS도 그런 관계 아니었겠는가. 라이벌이 없다면 스파링 파트너라도 있어야 한다. 비유가 적절했는지는 모르겠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발표는 지난해 12월16일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새해 1월18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저는 저의 평을 한마디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이 말은 한 마디로 ‘우리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의 사의 표명, 그리고 문 대통령이 사실상 ‘그는 내 사람’이라고 한 발언, 이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렇다. 한마디로 윤석열은 죽었다. 윤석열은 정치적으로 패배했다. 국민들은 작년 한 해 내내, 정말 헌정 사상 유례없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유혈 전투를 지켜봐야 했는데,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정직 징계’라는 추 장관의 공격이 무참한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는데, 결국 추 장관은 물러나고 검찰총장은 건재함으로써 윤 총장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엎어져 쓰러진 사람은 윤 총장이었다.

    문화일보 정치부장은 어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이후 1년 내내 계속됐던 여권의 윤 총장 공격이 일시에 사라졌다. 외견상으론 윤 총장 찍어내기를 주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패배하고,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 총장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일부 조사에서 1위까지 올랐던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완패다. 지난해 12월 윤 총장의 2개월 징계안을 재가하며 사실상 그를 해고한 문 대통령이 그를 다시 살려낸 것 같지만, 실상은 윤석열 죽이기로 봐야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다면 왜 ‘윤석열은 죽었다’고 했는지 지난 한 달을 뒤돌아보겠다. 여기서 지난1월3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보겠다. 이렇게 돼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30%를 넘겼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2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이 30.4%로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그렇다. 새해가 밝자마자 나온 여론조사는 ‘윤석열 30.4, 이재명 20.3, 이낙연 15’였던 것이다. 성급한 평론가들은 새해에는 윤석열의 독주(獨走)가 예상된다는 말까지 꺼내고 있었다.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10%p 차이로 2위 이재명을 따돌렸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작년 여름부터 가을·겨울로 접어들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총장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으로 신문 제목에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1월19일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둘 중 누구와 맞붙어도 양자 대결에서 모두 앞선다고 나왔다. 윤석열·이낙연 1대1 대결은 46.8% 대 39.0%로 윤석열 승, 윤석열·이재명 1대1 대결도 45.1% 대 42.1%로 윤석열 승, 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는 윤석열의 기세가 크게 꺾이고 대신 이재명 독주 체제가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1월31일 세계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가 32.5%의 지지율로 대선 여론조사 사상 첫 3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 17.5%, 이낙연 민주당 대표 13%였다. 1월15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이재명·윤석열·이낙연 순서로 23%, 13%, 10%였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기관 4곳이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고, 2월 들어와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같았다.

    물론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여론조사는 추세를 봐야 한다. 흐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추미애’라는 라이벌이 사라지고, 그리고 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했을 때의 얼굴을 바꿔서 “우리 윤 총장~” 모드로 완전히 돌아서고 나자, 다시 말해 윤석열 죽이기 대신 살리기 전략으로 노선을 수정하고 나자, 민주당의 ‘윤석열 킬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기 시작함과 동시에 윤 총장 지지율이 폭락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은 판세 뒤집기 선수들이란 말까지 나왔다.

    여기서 여러분께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습니다. 집권에 성공한 정권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뭘까요. 정권이 권력형 비리를 묻어버리는 방법이 뭘까요.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검찰총장과 검사를 솎아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십니까. 그 방법을 밀어 붙여 한편으로는 서슬이 퍼럴 때도 있었지만, 총장을 찍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사법부와 판사들을 압박하는 방법으로서 ‘판사 탄핵’이 비리를 덮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몇몇 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소유를 장악하고, 2월부터 ‘일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시도하면서 재갈을 물리는 방법,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는 방법도 이미 동원했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정권 비리를 덮을 수 있을까.

    아닙니다. 집권 세력은 결코 안심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정권’의 비리를 덮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어떤 정권이든, 어떤 대통령이든 후계자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권력을 내려놓았을 때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래서 집권 세력들은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같은 명분을 내세워 차례차례 재갈을 물리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선거전략, 당선전략, 집권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들, 그러니까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정세균 총리, 이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여러 정책 제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4차 재난지원금,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등 앞 다퉈 돈 풀기에 나선 것도 4월 선거에서 이겨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기틀을 다지는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 흡사 포커 판에 앉은 노름꾼들처럼 수십 조 원에 이르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거 공약이라는 포커 판에 내던지는 모습이지 않습니까. 집권당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것의 요체는 국민세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베팅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이 죽었다면, 이제 야권 지지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가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야권 정당에는 ‘여왕벌’이 없다. 아직은 ‘현직 검찰총장’ 윤석열을 뺀 나머지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모아도 이재명·이낙연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지지율의 3분의1도 안 된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가슴에 품고 있는 여러 지지 후보가 있으시겠지만, ‘3분의1’, 그게 현실이다. 꿈만 꾸면서 현실을 외면하면 또 다른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은 많지 않다. 민주당은 오는 9월, 국민의힘은 오는 11월까지 차기 대선 후보를 뽑도록 돼 있다. 지금 당장은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그래서 단일화 여부와 그 과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지만, 그 또한 궁극적으로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나오고 있는 ‘3자 구도 승리’라느니 ‘독자 후보 승리’라느니 하는 말들은 지금 여러 비난과 걱정을 듣고 있다. 또 한 번 패배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문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국민들은 어떻게든 야권 단일화가 감동적으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이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이 검찰의 리더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꿈이 있다면 7월 임기 만료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검찰총장직을 던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그런 포부를 갖고 있어야만 ‘퇴임 후 국민께 봉사’라는 말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윤 총장이 대선 판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지게 되면, 그리고 김종인 위원장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게 되면 거꾸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논의도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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