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 토론 실수, 안철수 희화화 ‘꼬리표’
‘토론의 시간’ 돌입…15·25일 금태섭과 ‘첫 관문’
국민의힘 단일화 경선·본선서도 토론 ‘진검승부’
“딱딱한 모범생 설명조, 유권자에 어필 어려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TV토론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향해 던졌던 도발적인 질문들은 고스란히 자신을 향한 ‘셀프 디스’로 돌아왔다. 민주당이 자신을 겨냥해 ‘네거티브 공세’를 했다는 주장이었지만, 오히려 스스로 부정적 프레임을 덮어쓴 꼴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스스로 몰락했다”고 혹평했다. “토론 지원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해당 질문들은 지금도 꼬리표로 따라 붙으며 안 대표를 희화화하는데 쓰인다. TV토론이 안 대표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토론의 시간’이 다가왔다. 오는 15일부터 국민의힘과 제3지대 모두 토론회를 통한 ‘진검승부’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대면 유세가 여의치 않은 만큼, TV토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안 대표에 쏠린다. 안 대표가 ‘갑철수’, ‘MB아바타’로 대표되는 ‘토론 트라우마’를 극복했을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현재 야권 후보들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TV토론에서 또다시 결정적 실수를 할 경우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안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 “토론 몇 번 하면 다 빠질 것”이라는 조롱에 가까운 관측마저 나온다.
반대로 토론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단일화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장 안 대표 앞에 놓인 첫 번째 관문은 금태섭 전 의원과의 ‘제3지대 단일화’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오는 15일과 25일 두 차례 TV토론을 치르기로 최종 합의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에 첫 번째 토론을 하고 단일화 전까지 최소 3~4회 토론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대표측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탓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TV토론에 약하기 때문에 토론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혹자는 안 대표가 토론에 약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답답하다”며 “저한테 이기고 지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나중에 박영선 등 민주당 후보와도 (토론으로) 붙어야 하는데”라고 지적했다.
제3지대 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국민의힘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도 남았다. 국민의힘 역시 안 대표의 ‘토론 트라우마’를 겨냥해 단일화 과정에서 토론 횟수를 최대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당내 본경선 역시 미국식 일대일 토론과 합동 토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또, 무엇보다 금 전 의원의 지적대로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정책과 비전을 겨뤄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 재정비촉진구역을 찾아 낙후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은 안 대표의 TV토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멜라비안의 법칙’을 언급하며 “(안 대표가)발성을 바꾸고 눈썹 문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니까 과거보다 나아졌을 수 있겠지만 토론 스타일 자체는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멜라비안의 법칙’은 대화나 토론, 강연 등에서 실제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은 7%에 불과하고, 태도나 자세(attitude)가 20%, 표정이 35%, 목소리가 38%를 차지한다는 이론이다.
그는 “안 대표는 과거 토론에서 딱딱한 표정과 모범생 스타일의 설명조 말투를 보여줬다. 설명조는 다시 말하면 ‘꼰대 훈계조’”라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토론의 제왕’이라고 한 것은 열정적이면서 때로는 격정적인 모습에 유권자들이 쏠린 것인데, 이와 정반대 스타일이 안철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론을 보고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의를 불사르게 하는 계기는 된다”며 “특히 토론에서의 결정적 실수, 막말 등은 이른바 ‘스윙보터’인 중도층이 후보를 선택할 때 주요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안 대표가 (토론을) 잘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안 대표로서는 이왕이면 토론을 안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라며 “당장 이번 (금 전 의원과의) 토론회는 잘하면 본전이고, 실수하면 국민의힘과의 경선에서 유탄으로 돌아와 지지율이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