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게임 산업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사들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확실한 매출원이긴 하나 사행성이 워낙 심해 이용자 호주머니를 터는 '사실상 도박형 모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업계에선 "대표적 영업비밀인 아이템의 확률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분이 약합니다. 게임 업계를 제외한 학계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게임 이용자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사단이 난 것일까요.
확률형 아이템이란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세상에서 일종의 복권과 같은 개념입니다. 복권을 사면 최대 수억원의 1등부터 수천만원, 수백만원의 2, 3등 당첨금을 받듯이 게임에서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사면 최고 등급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부터 그 다음 등급 순의 아이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치가 없는 '꽝' 아이템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마치 현실 세계에서 로또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듯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뽑기가 로또만큼 힘들어 지나치게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뽑기 확률이 1%에 크게 못 미치는 '극악의 확률' 아이템을 두고 '파칭고, 카지노 슬롯머신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사행성이 짙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빈번하게 노출된 청소년들이 결국 사행성 도박에 빠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고요.
한편 신화 무기 제작과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사 본문과 그림의 확률은 다양한 레시피 획득 방법 중 특정 한가지 상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더 높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또 레시피는 유료 상품 구입이 아닌 게임 내 몬스터 사냥을 통해서도 획득 가능하다"고 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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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은 2004년 넥슨이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대부분 게임사들이 이러한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했는데요. 최근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면서 논란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휩쓸다시피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얼마 전 간판작 '리니지2M'에 최상급 무기 아이템 '신화 무기' 제조 방법을 공개했습니다.
신화 무기는 기존에 가장 높은 등급이었던 '전설 무기'보다 상위 등급입니다. 원작인 PC게임 리니지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던 '집행검'에 버금가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이템 제작을 위해선 2단계의 뽑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성공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기껏해야 0.25%에서 2%에 불과합니다. 설령 1단계에서 운좋게 뽑기를 성공했다고 해도 다음 단계가 문제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첫 번째 레시피 수집 단계와 달리 두 번째 단계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리니지2M 이용자는 수억원을 들여도 신화 무기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률에 직면하게 됩니다.
칼 빼든 정치권, 반발하는 게임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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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정치권이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데요. 최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의원 17명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일부가 아닌 '전면' 개정안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제정된 2006년 게임법은 그동안 일부 수정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정치권에선 게임산업 전반을 손봐야 한다면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높은 수준의 규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규제 가운데 하나가 문제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인 것이죠.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사행성 논란이 계속되자 게임 업계에선 2015년부터 업계 자율로 유료 아이템의 습득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이 유료와 무료 아이템을 섞어 추첨하는 방식으로 자율 규제를 피해나갔습니다. 리니지2M 신화 무기 제작 사례와 같이 자율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번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해 게임사들은 극도로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은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임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가 아이템 획득 비율을 어느 정도 비율로 책정할지 계산하고 산정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비용 투자가 수반되기 일이라 함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유료, 무료 아이템 결합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며 "결합 확률형 아이템은 유료로만 뽑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때와 달리 업계의 근본적 영업비밀 침해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등돌린 이용자
게임사의 반발과 상관없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게임 규제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웬만해선 게임회사 편을 들던 이용자들이 이번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부 이용자들은 판교에 있는 주요 게임사 본사 앞에 트럭을 몰고 가 이른바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정 아이템 지급 확률을 제대로 고시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해당 게임사 본사 앞에서 집단행동에 나섰던 것입니다.
또 다른 쪽에선 "게임사가 임의로 아이템 확률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게임사에 대한 높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청와대 국민청원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게시물까지 올리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게임사들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습니다.
게임산업 유관기관인 한국게임학회 조차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한국의 확률형 아이템은 지급 확률 등이 지나치게 낮다"며 "이는 유럽 등 해외 시장에 게임이 진출하는데 저해가 되는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위 교수는 "그동안 자율규제로 이를 진행했는데 업체들이 이를 정확히 지켜왔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확률 공개를 정확히 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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