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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속타는 서학개미…테슬라 투자손실 이틀새 1조1400억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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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가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 잠이 달아났어요." "누가 머스크형한테 트위터 그만하고 사업 좀 챙기라고 전해주세요." "비트코인 기웃거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지난밤 각종 해외주식 관련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서학개미 사랑을 한몸에 받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이틀째 급락했기 때문이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밤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TSLA)는 전일 대비 15.66달러(2.19%) 내린 698.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8일 787.38달러에서 이날 698달러까지 이틀 만에 10.5% 하락했다. 급락폭도 크지만 변동성도 상당했다. 2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2%로 시작해 장중 낙폭을 키우면서 -8.55%로 마감했다. 지난밤에는 -2.84%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3.37%까지 낙폭을 키웠다가 결국 2%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테슬라는 지난 한해에만 주가가 84.90달러에서 705.67달러까지 743.4%나 폭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말에 주가가 900.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다. 최근 이틀간의 테슬라 주가 급락으로 국내 투자자들도 1조146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2일 기준 테슬라의 국내 투자자 보유 주식은 총 98억 1755만달러(한화 약 10조 9171억원)에 달한다. 테슬라는 글로벌 시총 10위의 기업이지만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2위 애플(35억 8354만달러), 3위 아마존(17억 412만달러) 등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 급락은 금리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술주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낙폭은 다른 기술주들보다 훨씬 크다. 대표적인 기술주로 꼽히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은 최근 이틀간 평균 0.7% 하락하는 데 그쳤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는 최근 이틀간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급등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시세에 테슬라 주가가 연동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8일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Wedbush)의 다니엘 아이브즈(Daniel Ives)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월가의 시각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과 묶여 있다"라며 "머스크는 비트코인 투자라는 부차적인 문제가 테슬라의 장기적 비전을 가릴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 급락으로 글로벌 큰손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형 액티브 ETF 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주에도 테슬라 주식을 1억6000만달러(1780억원) 가량 매입했다. 테슬라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ETF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인 동시에 지난주 가장 많이 매입한 주식이었다. 테슬라의 주가 널뛰기에 맞춰 아크인베스트먼트의 ARKK ETF는 전날 장중 -11.80%까지 급락했다가 -3.30%까지 낙폭을 줄이면서 마감했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S&P500 지수에 편입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테슬라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대표적인 인덱스 펀드 운용사인 뱅가드와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에 테슬라 주식을 각각 1453만주, 1206만주를 각각 매수했다. 지난해 연말 주가 기준으로는 102억 4300만달러(11조3900억원), 85억 230만달러(9조 454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두 회사 모두 가장 테슬라가 가장 많이 산 주식 1위였다.

반면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신이 나는 상황이다. 이들 투자은행은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테슬라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대거 매수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JP모건은 지난해 4분기에 테슬라 주식 중 25% 규모인 22억 6188만달러(2조 5150억원)어치를 팔았고 대신 테슬라 풋옵션을 2억 8600만달러(3180억원)어치 매수했다. 골드만삭스는 더 적극적으로 베팅했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 풋옵션을 3억 9195만달러(436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테슬라 주식은 보유 지분 가운데 4분의 3 수준인 73%를 매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과 12월 테슬라가 각각 5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할 때 주관사를 맡기도 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그동안 테슬라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지난해 12월 JP모건은 테슬라 주가가 극적으로 과대평가됐다면서 목표주가를 90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650달러선이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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