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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레이스 1년 앞두고… ‘태풍의 눈’ 윤석열의 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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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앞 대선 레이스 출렁일 듯

뚜렷한 주자 안보이는 야권

보궐선거 뒤 정계 개편 가능성

“정치 직행 않고 시기 기다릴 것”

“윤, 발광체 아닌 반사체에 불과

야권내 ‘반문 상징’으로 부각돼

시대정신 대변할지는 의문부호


한겨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한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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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임기만료를 4개월 앞두고 사퇴했다. 총장 재직 시절 ‘정치 행위’ 논란에 휩싸였던 그가 총장직을 벗어던지고 정계로 무대를 옮길지 관심이 모인다. 차기 대통령선거 야권 후보군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그가 실제 정치권으로 향할 경우 파괴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함께 시대정신을 구현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에 맞닥뜨릴 것이란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윤 전 총장 사퇴의 변을 받아든 정치권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가 어떻게 요동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힌 윤 전 총장이 현 정권을 향해 “법치가 파괴됐다”는 메시지까지 내놓으면서, 그의 다음 행보를 정계 진출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총장 사퇴에 이르기까지 최근 며칠 간의 행보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공개적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고, 3일엔 ‘반문재인·보수 진영’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를 방문해 “고향같은 느낌”이라고 발언했다. 윤 총장은 4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작심 발언까지 내놓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검수완박에 대한 언론 인터뷰, 보수층의 본산인 대구 방문, 사퇴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며 “1년 닷새 남은 차기 대선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정계로 방향을 틀면 ‘정치적 주목도’에서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으로만 보면, 야권에서 윤 전 총장에 맞설 대항마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달 차기 정치인 선호도를 살피는 한국갤럽 여론조사(2월 1주차)를 기준으로, 지지율 5%를 넘기는 야권 정치인은 윤 전 총장(9%)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 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야권의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주자군도 형성되지 않은 지금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윤 전 총장으로선 전직 검찰총장의 정치 직행 논란을 피하기 위해 외곽에서 여유를 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본격적인 정치 참여의 시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났지만 정치권에서 검찰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검찰개혁 시즌2’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이용구 법무부 차관 수사·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판 결과 등에 따라 검찰 관련 이슈가 다시 전면화할 수 있다. 그때마다 윤 전 총장의 ‘입’에 집중하는 등 정치적 반사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미 검찰개혁 등을 두고 여권과 일전을 겨룰 때마다 보수 야권 지지층의 기대를 받으며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의 입장이 단일 지형이 아니고 시각이 엇갈려서 향후 상당히 많은 변수들을 잘 해소해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며 “윤 총장 개인의 정치적 역량을 떠나, 여권이 검찰개혁 이슈를 마무리하는 솜씨에 따라 (윤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4·7 보궐선거 뒤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는 야권의 정치 지형도 윤 전 총장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대통령 선거·지방선거·국회의원 선거 등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를 당한 야권에선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4·7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 야권 지형이 출렁이면 높은 인지도를 가진 윤 전 총장의 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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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이 대변하는 시대 정신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와 갈등 국면에서 ‘반문재인 정서’를 대변했을 뿐 윤 전 총장이 복잡한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보여준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시절엔 ‘법치’를 내세우는 그의 발언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법치를 넘어 현 시대가 마주한 문제를 풀어갈 정치적 능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윤 전 총장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친문 세력이 때릴수록 커지는 반사체에 불과하다”는 박한 평가가 함께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난해 9~10월에도, 다른 야권 주자의 지지율 추이에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여러 야권 주자들 가운데 ‘원 오브 뎀’이라면 그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는 반등해야 하는데, 지난해 지지율 추이를 보면 아무도 윤석열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형성된 ‘윤석열 효과’에 실체가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검찰총장 사퇴를 계기로 최근의 정체기에서 벗어나 상승 흐름을 탈지를 의미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성패는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 지지층과 박근혜·이명박 정부와의 절연을 요구하는 중도층을 ‘단일 지대’로 묶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진단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아무리 정당 혁신을 이뤄도 박근혜·이명박 세력과의 연결성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는 ‘촛불 정신’이 여전히 강고하다”며 “반문재인 정서를 통해 야권의 지지를 흡수하면서, 이들 중도층에게 얼마나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느냐에 정치인 윤석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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