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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직원 투기 의혹에 뿔난 민심… 文 "부패 여부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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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땅투기’ 연이틀 수사 지시

조사단, 내주 1차 조사 결과 발표

권익위도 공직자 투기 신고 접수

변창흠·LH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

“도둑놈들” “투기라면 엄벌해야”

의혹에 뿔난 현지 주민들 격앙

버드나무 묘목 2000여 그루 촘촘

필지 8∼10곳 LH 직원 공동명의

“같은 날 땅 매입이 우연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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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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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신도시 조성 업무에 관여한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이 4일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의혹에 대해 연이틀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렸다. 정부 주택정책의 신뢰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인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아니면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추가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조사 여부와 별도로 주문한 제도 개선책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서는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해석상 감사원 직무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 언급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총리실을 주축으로 한 합동조사단 출범 직후 브리핑에서 “전·현직 공직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거래내역도 빈틈없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에는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 국토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 등이 참여한다. 조사대상 지역은 기존에 알려진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 6곳에 중규모급 택지인 안산 장상과 과천 과천지구를 포함해 총 8곳이다.

합동조사단은 일단 국토부와 LH 전 직원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다음주에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LH 직원의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 타 공기업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등도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해 최종 결과 발표에 포함할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즉각 수사 의뢰나 고소·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부터 오는 6월까지 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투기행위 관련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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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L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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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LH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변 장관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자청해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공개발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소관 업무의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 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LH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를 대대적이고 강력하게 혁신해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다시는 투기 의혹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LH는 전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 부서 직원·가족의 토지 여부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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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연루된 투기 의혹을 옹호하는 취지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블라인드 캡처


◆LH직원 “우린 투자 말란 법 있나” 적반하장식 글 ‘공분’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 법 있나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4일 공개돼 국민에게 다시 한 번 허탈감을 안겼다.

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되 공분이 인 상황인데 이 게시물의 작성자는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광명·시흥 사전 투기 의심 직원들이 지탄받는 이유가 치밀하게 진행된 그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LH 직원 구매 의심 토지 현황 자료를 보면, 시흥시 과림동의 한 논은 2019년 6월 3일 2개로 나뉘어 5명의 LH 임직원에게 팔렸다. 논 중 3996㎡는 직원 4명이 15억1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했고 2793㎡는 직원 1명이 다른 지인과 함께 10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3996㎡ 논을 산 직원 2명은 33.3%씩, 나머지 2명은 절반인 16.6%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3996㎡ 논을 사는 데 동참한 한 직원은 지난해 2월 27일에는 과림동의 밭에도 투자했다. 다른 직원을 포함한 6명과 함께 22억5000만원에 5025㎡를 사들였다. 이후 이 필지는 1407㎡, 1288㎡, 1163㎡, 1167㎡ 등 네 필지로 나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분 쪼개기와 필지 나누기가 토지 보상을 노린 전형적인 투기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5025㎡의 밭을 LH의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000㎡ 이상으로 쪼갠 것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1000㎡까지의 땅은 신도시가 들어서면 입주권이 나오지만 이를 넘긴 나머지는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땅을 그대로 뒀으면 집 1채에 감정가에 기반한 현금을 받는 게 전부이지만, 4필지로 쪼개면 집 4채와 현금보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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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을 쪼갠 것도 비슷한 목적이다. 단순히 투자한 금액대로 지분을 나눈 것일 수 있지만, 이는 보상과정에서 보상액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LH는 추후 보상과정에서 4명이 지주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금액으로 협상해야 하고, 1명이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알박기’가 돼 개발이 더뎌진다.

밭을 산 뒤 빽빽하게 심은 묘목도 결국은 돈이다. 이들은 지장물로 분류돼 이전비와 나무 1그루당 보상금이 책정된다. 나무는 다른 작물과 달리 심어만 놓으면 알아서 크기 때문에 평소에 관리할 필요도 없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필지에는 묘목 2000여그루가 급하게 심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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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묘목이 식재되어 있다. 시흥=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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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LH 직원들은 부족한 매입대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으면서 금리가 낮고 다양한 혜택이 있는 농지대출을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부 LH 직원은 사실상 시장에서 가치를 쳐주지 않는 맹지까지 사들였다. 장차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단행하기 어려운 투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보면 아파트나 대규모 개발 현장에서 통용되던 대표적인 투기 방식이 거의 다 포함됐다”며 “우리나라에서 토지보상 업무는 거의 LH가 다한다고 보면 되는데, 이들이 전문가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사익을 편취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LH 직원이 무단으로 토지경매 분야의 이른바 ‘일타강사’로 활동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LH에 따르면 직원 A씨가 한 유료 사이트를 통해 토지 경·공매 강의를 해서 지난 1월 말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LH는 사규에 업무 외 다른 영리활동 등의 겸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거짓말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한 사실이 확인돼 인사 조처와 함께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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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변 도로에 LH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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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LH직원 투기하면서 우리 땅은 수용 말이 되나”

“몇 년 전부터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땅을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일 줄은 몰랐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네요.”

4일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인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만난 주민 강모(65)씨는 넋두리부터 늘어놨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다는 강씨는 “10여년 전 광명·시흥지구의 보금자리지구 지정부터 개발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나와 지역 민심이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라면 엄벌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자기들은 투기하고, 몇십년 넘게 머무른 우리 땅은 수용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이곳 땅값은 천정부지로 뛴 상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도로와 붙은 대지는 3.3㎡당 1500만원, 안쪽 대지도 1000만원을 호가한다”며 “공시지가(3.3㎡당 300만∼400만원)의 120∼150% 선에서 보상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LH직원의 투기의혹은 뿔난 주민들의 불난 심정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LH 직원 등이 구입한 땅으로 알려진 토지에는 버드나무 묘목 2000여그루가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인근 주민은 대뜸 “도둑놈들”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나무를 빽빽하게 심는 것은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전문 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토지보상업무를 하는 LH 직원들이기 때문에 나무 수대로 보상을 하는 방법을 알고 무조건 많이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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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20년째 밭농사를 지어온 한 주민도 “지난해 나무를 심었으니, 1년이 채 안 된다”면서 “조경사업을 위해선 주로 소나무를 심는데, 버드나무가 비교적 손이 덜 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2년 전쯤 땅이 팔린 뒤 새 소유주가 논을 메우고 다른 작목으로 바꿨다”면서 “한여름에 물을 주기 위해 사람들이 왔던 것을 빼고는 오간 적이 없다”고 전했다.

LH 직원들이 구입한 토지를 본 주민들은 이른바 대토 개념의 ‘협의 주택’ 분양이나 ‘새 아파트’ 입주를 노린 위장전입, 지분 쪼개기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과림동 일대 토지를 공동 소유한 LH 직원 A씨가 인근 건물을 매입해 거주지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림동 일대는 10여년 전부터 개발을 놓고 부침을 겪으면서 지금은 일부 집성촌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거주지로 지목된 건물도 1층에 소규모 공장이 운영돼 2층에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증언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토보상 순위를 높이기 위해선 해당 토지를 소유하고 직접 거주하는 현지 주민이 1순위가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 보상안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A씨와 지인들이 소유한 토지 규모 등을 감안하면 264㎡ 규모의 주택용지나 국민주택 크기의 새 아파트 입주권이 적어도 3개 이상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토지는 실제로 보상을 위한 최소 규모로 지분이 쪼개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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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전경. 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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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LH 직원들은 농지에 심은 묘목으로 보상금을 두둑하게 챙기고, 서울과 불과 5㎞ 안팎 떨어진 노른자위 땅에 지어진 집을 소유하게 된다.

시민단체와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이곳 과림동을 포함해 인근 무지내동에만 필지 8∼10곳이 LH 직원 공동명의로 돼 있다. 일부 토지 대장에는 직원과 같은 주소지의 가족들이 공동소유자로 등재돼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민단체 주장처럼) 같은 날 한 소유주의 땅을 매입한 사람 모두 LH 직원인 것이 우연이겠냐”면서 “실명으로 산 이 직원들은 순진한 것일 수도 있다. 외지 토지 소유주 대부분은 명의를 빌려 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3기 신도시 예정 지구 인근 자치단체들이 직원들의 투기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시흥시와 광명시에 이어 안산시도 공무원 등의 토지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안산시 관내에는 3기 신도시에 포함된 장상지구와 신길2지구가 있다.

나기천·박세준·이도형·이동수 기자, 시흥=오상도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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