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하자니 신뢰 없고, 폐기하자니 대책 없어...신뢰하락 리스크 안고 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신도시 사전투기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택지 지정을 비롯한 기존의 주택공급 방안은 변동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 또한 재확인했다.
정부는 7일 합동 호소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7일 진행된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김대지 국세청장 등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경제를 책임지고 공공기관 관리까지 종합하는 책임 장관으로서 국민께 깊은 마음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와 징계조치 등 무관용하에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 ▲부동산 거래질서를 위협하는 담합 등 시세조작행위 ▲허위매물과 신고가 계약후 취소 등 불법중개 및 교란행위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 불법전매 및 부당청약행위 등 4가지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변창흠 장관 역시 LH 사전투기 논란이 불거진 직후 2차택지 발표를 비롯한 공급대책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새로운 대책 찾을 시간도 없다…리스크 안고 대책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공기관의 투기라는 거대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급대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임대차법을 포함한 잇따른 정책의 실패는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며 최악의 전세난을 초래했다.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실시된 6.17대책, 7.10대책 등은 역으로 풍선효과를 낳으며 서울·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의 집값을 밀어 올렸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뛰는 집값 때문에 정부는 두더지 잡기 식으로 전국에 규제지역을 나날이 추가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규제만 늘리고 공급이 없어 정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공급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세대수 분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간단한 이야기다. 좁은 반지하 셋방과 신축 아파트 중 어느 곳에 살고 싶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파트를 고를 것”이라며, “임대주택을 통해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데 치중한 공급대책이 수요층들한테 제대로 먹혀들었을 리 없고, 정부의 일차원적인 공급 대책이 작금의 공급 태부족 현상을 부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택공급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전문가 변창흠 장관을 새 국토부장관에 앉혔다. 변 장관은 취임 직후 민관 합동 간담회 등을 열며 공급에 방점을 찍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지난달 발표된 ‘공공주도 3080+’ 대책이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발표된 공공주도 공급대책은 시작부터 LH 사전투기 논란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새로운 사업모델이 됐어야 할 ‘공공주도’가 ‘공공의 신뢰 상실’이라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으며 정책신뢰도 자체가 바닥을 칠 위기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짜서 발표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공급 쇼크’라는 말까지 써가며 자화자찬한 것과는 달리 시작부터 대책이 삐걱대면 기껏 둔화되기 시작한 전국의 집값 상승폭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장 안정 시그널은커녕 역으로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신뢰도 악화’라는 리스크를 진 채로 공급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4월에는 광명 시흥지구에 이은 2차 택지가 발표된다. 7월부터는 인천계양 등을 비롯한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며, 2.4대책 후보지와 공공재개발 추진 단지 역시 연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정부는 국토부 직원과 LH 임직원의 가족이 3기 신도시에 사전 투자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는 잘못된 과오와 상처는 그것대로 치유해 나가면서도 부동산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 그리고 세부대책은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지키고 실행해 나가겠다”며, “국민들께서 정부와 부동산정책에 대해 믿어주시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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