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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당근마켓 문닫으라는 얘기냐"...공정위 법개정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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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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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음식이 잘못 나오면 임대를 준 건물주에 보상하라는 꼴 아니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거래 소비자 피해에 대해 플랫폼 업체에도 배상책임을 묻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자 IT업계와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분쟁 발생 시 개인 판매자의 정보를 구매자에 의무 제공토록 함에따라 개인정보 침해 논란까지 야기되는 상황이다. 이 법이 그대로 실행되면 당근마켓은 말그대로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온라인 거래에서 플랫폼사의 책임과 소비자 피해 구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은 '중개자 고지 면책' 제도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중개 사업자'라는 사실만 고지하면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앞으로는 입점 업체의 고의·과실로 인한 손해도 플랫폼이 연대 배상하고 개인 간 거래에서도 플랫폼이 피해 구제 신청 대행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거래액 5년간 556조, 피해액은 69억원? "지나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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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소비자 피해 자체가 극히 일부임에도 이를 과도하게 부풀려 규제의 빌미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최근 5년간 온라인 거래액은 556조원에 육박하며 피해구제 신청은 6만9425건이다. 업체별로는 한달 수백만건의 거래중 20여건 정도로 알려졌다. 최근 상품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일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랫폼 업체에 과실책임을 물을 정도는 빈번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네이버나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해도 바로 이체가 이뤄지지 않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있다"며 "일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으로 공정위는 플랫폼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건수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 공정위는 지난 7일 추가 입장을 내고 3500개 업체 가운데 주요 9개사가 온라인 거래 피해의 15.8%를 차지한다며 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거대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스마트스토어 창업 42만개 나왔는데…규제하면? 위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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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라는 공정위 의도와는 달리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플랫폼에 연대책임을 지게하면 결과적으로 관리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입점 업체에 각종 수수료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서다. 아울러 검증된 업체만 입점을 시키면서 소상공인들의 플랫폼 신규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앞서 네이버는 소상공인(SME)의 진입이 용이한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 5년간 42만개의 창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동네 분식집부터 꽃집까지 누구나 쉽게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팔 수 있지만 규제가 현실화하면 이마저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입점 심사를 굉장히 엄격하게 해서 사고가 안 나는 식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 사업자가 문제가 아니라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더 어려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1만원 내외 중고거래까지 개인정보 제공? 개보위 "살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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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당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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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거래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플랫폼이 판매자·소비자 개인정보를 구매자에 제공하는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에서 연락 두절, 환불거부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이지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것은 누가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공유경제 트랜드에 역행하는 조치인 동시에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신상털기, 사적보복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기업협회는 공정위가 기존 간담회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고 반발했다. 월간 사용자가 1400만명에 이르는 당근마켓의 경우 C2C(개인간 거래)인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판매자 개인정보까지 수집·제공하라는 것을 선뜻 동의할 판매자가 없어서다. 당근마켓은 이미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왜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자들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한다는 회사원 김모씨(28)는 "동네에서 거래하는 물건은 보통 1만원 내외인데 그 돈을 벌자고 상대방에게 전화번호랑 주소까지 넘겨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사적인 보복 등으로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2000만 국민이 중고거래를 하는데 그 사람이 모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냐"라며 "규제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질 않는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면밀한 검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아직 입법예고 법안에 대해 검토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면서도 "개인정보 침해 부분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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