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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한-미 방위비 분담금…2025년엔 1조5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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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인상 기준 ‘국방비 증가율’로 정해

해마다 5~7% 상승 불가피

‘과도한 증액’ 비판 이어질 듯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현재보다 5배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합의됐던 틀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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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1833억원을 부담하고 향후 4년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방위비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는 2019년 한국이 분담했던 1조389억원 대비 1444억원(13.9%) 늘어난 금액을,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2025년에는 대략 1조5000억원을 분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해 분담금으로 요구했던 13억달러(약 1조4808억원)와 비슷한 수치로, 정부가 협정 기간 내 방위비의 50% 인상을 보장한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두고 각각 밝힌 “동맹 활성화 의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미 양국이)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5~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9차 회의 뒤 전한 “원칙적 합의”를 공식화하면서 그간 함구했던 합의 내용도 공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다. 2019년 12월31일에 종료된 10차 협정 뒤 공백 상태였던 2020년도 분담금 총액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해 1조389억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로 미국 쪽에 인건비와 생계지원금 등 3144억원을 이미 지급한 상태여서 이를 뺀 7245억원을 2020년분으로 내게 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건설·군수지원 항목의 계속 사업의 경우 협정 공백 상태여도 분담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난해 4천억여원이 선지급됐다”며 “이에 따라 실제 미군에 추가 지급할 지난해 분담금은 3천억여원”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이 분담할 1조1833억원은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768억여원)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675억여원)을 더해 확정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강조했다. 전년 대비 첫해 인상률로 볼 때 올해 분담할 총액은 2002년 5차 협정의 25.7%, 1994년 2차 협정의 18.2% 인상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외교부는 또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방위비 총액 인상에 적용될 국방비 증가율은 △한국의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며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올해 국방비 인상률이 5.4%가 반영되지만, 국방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을 보면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6.1%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어서 매해 대략 6~7%가량의 방위비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비 증가율은 2018년 7.0%, 2019년 8.2%, 2020년 7.4% 인상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07년 7차 협정부터 2018년 종료한 9차 협정까지는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방위비를 인상해왔으며, 2009년 8차 협정부터는 연도별 인상 상한선이 4%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 상한선은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10차 협정(2019년 2월)에서 사라졌다. 대신 처음으로 전년 대비 국방비 인상률(8.2%)에 따른 총액 인상이 이뤄졌다.

양국이 물가상승률을 방위비 인상 기준으로 삼지 않은 데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에 불과했다. 이를 따르면 한국 쪽 방위비 분담금은 제자리 수준을 지키게 된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발표한 2021회계연도 예산 운영 및 유지비 총람을 보면 미군은 주한미군의 인건비(21억5310만달러)를 제외하고 주한미군의 운영(비인적주둔비)에 15억9670만달러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 상태다. 앞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비인적주둔비의 50%가량 분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올해 한국이 분담하는 금액(약 10억달러)의 비율을 놓고 봐도 인상률이 상당하다.

이에 더해 국방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0 국방백서를 보면 2018년 기준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직·간접지원하는 규모는 2조9177억여원에 달한다. 9차 및 10차 협정이 적용됐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불용액만 678억8000만원으로 드러났다. 2018년 말 당시 미군이 보유한 군사건설 미집행 현금은 2880억여원, 군수지원 미집행 현물도 560억여원어치로 집계됐다. 다만 미집행 현금은 설계 감리 비용으로, 미집행 현물은 전기세 등으로 소진하는 쪽으로 합의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애초 이번 합의가 지난해 3월 한-미의 잠정합의안을 바탕으로 이뤄진 만큼 양쪽 모두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 정부는 이미 합의해준 13% 인상안을 거둬들이기 쉽지 않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미 전 정부가 얻어낸 안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현안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둘러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다만 이번 합의가 호혜적이고 합의적이라는 평가는 들리지 않는다.

외교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제도개선이다.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하고, 이 가운데 85%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또 협정 공백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협정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지난해 협정 공백 때와 같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 상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 이들의 고용과 생계 안정이 협상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처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미 양국은 협정 개선 합동실무단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동의장을 국장급으로 격상으로 관계 부처 참석을 명문화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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