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 인정을 위한 확실한 증거 확보가 관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 토지 매입 사태로 촉발된 ‘땅과의 전쟁’에 ‘차명 거래’가 변수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드러난 공직자 본인 또는 배우자 등 가족 명의 투기와 달리 먼 친인척 또는 지인, 제 3자 명의를 빌린 경우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또 차명 거래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부정 수익 몰수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수색 종료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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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H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니들이 암만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는 내용의 글을 남겨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내 최고 부동산 전문학자가 말하길 실명으로 개발예정지 땅을 사는 것은 초보들이고 진정한 고수는 개발 예정지 밖의 인접 지역 땅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땅을 쪼개 공유지분 형태로 산다고 한다”며 차명 거래를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합동수사단이 시작부터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조사 대상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돈 흐름을 파악해 제 3자 명의를 이용한 투기 흔적을 찾기 위함이다. 정부는 금융위와 국세청까지 동원해 땅을 중심으로 자금흐름을 추적하면 차명거래도 확인 처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현재는 사람 중심으로 하지만 차명거래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필지 단위로 땅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대법원의 판례는 부동산 ‘차명거래’와 관련 실소유자의 소유를 인정했다. 2019년 대법원은 타인의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한 ‘차명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실소유자가 나중에 되찾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를 신탁받은 사람, 즉 차명 거래에서 이름이나 계좌를 빌려준 사람이 원주인 몰래 아파트를 매도한 사건과 관련,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차명거래 당사자가 범죄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부정 취득 이익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 유사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차명거래’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신탁 약정을 맺고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과 관련, 법원은 ‘차명거래’라고 확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하기도 했다. 정부가 차명거래자 당사자의 증언 및 그가 작성한 재산목록을 제시했지만, 보다 직접적인 물증을 요구한 것이다.
1심에서 차명 거래가 인정된 손혜원 전 의원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 확보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비정상 거래를 하나하나 가려 여론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는 과정은 시간이 좀 걸린다”며 발본색원과 속전속결을 원하는 정부 마음과 달리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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