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 사건' 수사팀장 "공수처의 사건 송치 요구, 해괴망측한 논리"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김학의 전 차관. 이준헌 기자 ifwedon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수사팀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송치 요구는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파견 검사 2명의 파견을 해제한 법무부 조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수처장께서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문에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하니 기재해놓았다”며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우셨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3일 김 전 차관 의혹 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 관련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12일 이를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공문에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해달라”고 했다. 공수처는 “수원지검에 이 사건의 ‘수사’ 부분을 이첩한 것이고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의 관할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부장은 수사팀의 ‘공수처법 규정 검토’ 보고서를 첨부해 공수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팀은 보고서에서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여러 법률을 보면 ‘이첩’의 대상은 ‘사건’을 말하는 것이지 ‘수사권’ ‘공소권’과 같은 권한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한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가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대해 ‘수사 완료 후 송치’를 주장하는 것은 법상 근거가 없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법에는 경찰이 수사 후 기소를 위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때 사용하는 ‘송치’라는 단어 자체가 나와 있지 않다.

수사팀은 공수처가 주장하는 검사의 범죄에 대한 독점적 기소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검사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공수처법 시행에 따라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찰 등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가지게 됐지만 “공수처법 등 여러 법률에서 검사의 공소제기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사팀은 공수처의 이첩 요청은 ‘중복 수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수처의 수사와 중복돼야 한다. 수사팀은 “중복되는 사건이 공수처에 존재하지 않고, 검찰 수사도 상당 정도 진행돼 있다. 공수처는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이첩을 요청하는 것이어서 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 요청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행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재이첩한 사건을 ‘재재이첩’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간 ‘사건 돌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건 처리 지연, 수사 대상자 권익 침해, 불공정 수사 논란 등 문제점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역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행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 부장은 수사팀에서 파견 검사 2명을 빠지게 한 법무부 조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총 5명이었던 김 전 차관 관련 수원지검 수사팀에는 검사 2명 파견 해제로 현재 3명이 남았다. 이 부장은 “직무대리 요청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부족한 팀장을 만나는 바람에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두 후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남은 수사 인력만으로도 제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신다니 그리 해야겠다. 이제 몇명 안남아서 통닭 한마리를 시키면 절반은 남겠다”고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원지검에 재이첩하고 다시 사건을 송치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수원지검 수사 뒤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청한 것에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어제 입장문에 쓰여진 대로”라고 말했다.

‘검사 기소를 독점하는 것으로 과하게 해석한다는 견해가 있다’는 지적에도 전날 입장과 같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서 김학의 사건 관련자 기소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에 미리 답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여성, 외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