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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81학번 서욱은 軍면제 이인영을 한미훈련 벙커에 왜 데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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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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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종료된 한·미 연합훈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벤트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훈련 지휘 벙커 ‘깜짝 방문’이었다. 이 장관은 훈련 사흘째인 지난 1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를 찾아 군 장병을 격려했다. 통일부 장관이 한·미 훈련 현장을 찾는 일은 전례가 드물다.

◇군 안팎 “한미훈련 반대하던 이인영이 훈련장에 왜?”

이인영 장관은 이번 훈련 전부터 훈련 축소·연기의 필요성을 수 차례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지난 1월엔 “군사 훈련도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가지 않게 우리가 지혜롭고 유연하게 해법을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1월 25일)는 언급을 시작으로 “군사훈련이 연기돼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데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2월 1일) “군사훈련 문제가 한반도에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도, 북한도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해야”(2월 3일) “훈련이 진행된다면 일정한 반발과 그로 인한 긴장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2월 4일) 등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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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9월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한의 판문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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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방부와 군(軍) 안팎에선 “통일부 장관이 왜 군사 억지력의 핵심인 훈련에까지 간섭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인영 장관이 정작 훈련 개시 후 서울 남태령 지하에 있는 수방사 벙커를 방문한 것이다. 군 내에선 훈련에 부정적인 데다 늘 ‘평화’를 부르짖었던 이 장관이 군사 시설을 방문하다니 뜻밖이라는 반응이 적잖았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 군 등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훈련을 전후해 국방부와 통일부 간 ‘엇박자’가 노출되는 모습을 염려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통일부 장관이 훈련 벙커를 ‘깜짝 방문’함으로써 내각 내 불협화음 우려를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이인영 장관의 훈련 벙커 방문에 청와대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1963년생 서욱, ‘한살 동생' 이인영에 연대감

정부 관계자는 “서욱 장관이 먼저 이인영 장관에게 벙커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예전부터 서 장관에게 ‘군대에 대해 알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이었던 이 장관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중 옥고를 치렀다. 1988년 수형(受刑)을 사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이 장관은 서 장관에게 일선 부대 방문 등에 대한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고, 마침 한·미 연합훈련이 논란 끝에 개시하자 서 장관이 “이참에 한 번 훈련 벙커를 방문해보시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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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2019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과학화훈련장을 방문,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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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는 “서욱 장관과 이인영 장관의 사이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1963년생인 서 장관은 1963년 광주(光州)에서 출생,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로 입학했다. 보병 작전통인 서 장관은 합참 작전본부장, 육군참모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야전 군인이다. 이 장관은 1964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1984년 고려대에 입학했고 이후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의장 등을 거쳐 86 학생운동권의 대표 인사가 됐다.

◇86 장관들, ‘단톡방’도 있다는데…

얼핏 보면 이질적인 인생 경로지만, 서 장관 역시 같은 86세대다. 또래이자 ‘한 살 동생’인 이 장관과 유대감을 쌓았다는 것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서 장관이 86 출신 장관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고 했다. 실제 이들 86 장관들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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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학번 전·현직 장관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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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관은 86 세대 중 잘나가기로 유명한 81학번이기도 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 81학번 내각 인사다. 정치권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정성호·우상호·윤호중·전해철·김병기·박정·유동수·조응천 의원도 당내 ’81학번 모임' 멤버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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