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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반스톤시, 마리화나 판 돈으로 과거 흑인차별 보상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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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시가 과거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고 보상차원으로 주택구입과 수리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마리화나 판매이익금으로 보상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지자체가 인종차별에 대한 보상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반스톤시가 내딛은 첫 걸음이 다른 지자체로도 이어질지, 연방차원의 보상으로 확대될지 주목받고 있다.

경향신문

2019년 11월 25일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시에서 흑인의 주거권차별에 대한 보상안 제정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에반스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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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과 NPR 등 미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에반스톤 시의회가 전날 8대 1의 투표로 흑인 주거차별에 대한 보상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상안은 과거 시가 흑인 거주민들의 주거권을 차별하고 침해한 것에 대해 주택구매자금과 수리비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은 1919년~1969년 사이 시에 거주했거나 그 자손들로 한정된다. 1차로 선발된 16명에게 각각 2만5000달러(약 280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앞으로 10년동안 총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마리화나 판매대금을 통해 충당한다고 시는 밝혔다.

에반스톤시의 인구는 7만5000명으로 그중 16%가 흑인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에반스톤시에 흑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855년이었다. 보고서는 거주 초기부터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흑인들이 살 수 있는 지역을 백인들과 분리해 지정했고, 백인 소유의 주택을 흑인이 구매하거나 빌릴 수 없도록 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흑인들에 대한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보고서는 “수십년동안 흑인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 분리정책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거주 차별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흑인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수십년동안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살인사건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흑인인권운동(블랙라이브스매터)이 일어나면서 보상안 제정에 힘이 실렸다.

전국아프리카계미국인보상위원회의 론 다니엘스 대표는 시의 결정과 관련해 “세계가 에반스톤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좋은 순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학 역사학과의 제니퍼 오스트 교수는 “에반스톤의 프로그램이 ‘눈덩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흑인을 위한 보상위원회의 캄 호워드는 “계획을 먼저 세운 뒤 자금을 찾는 다른 보상과 달리 이번 결정은 자금을 먼저 확보해놓았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방차원의 보상도 추진되고 있다. 하원법사위는 지난 달 흑인차별에 대한 보상안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었고, 173명의 하원의원이 지지의 뜻을 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원에선 190명까지 지지 의원이 늘어날 수 있으나, 문제는 상원”이라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월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보상안에 서명할 것인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으나, “대통령은 오늘날까지도 구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차별에 대해 포괄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상안이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의견도 있다. 흑인차별에 대한 보상은 찬성하지만 이번 투표에선 반대표를 던진 앨더우먼 시슬리 플레밍 의원은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주택관련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비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흑인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800년대 흑인 조상이 살았던 집에서 지금도 살고 있다는 티나 파든도 “이번 보상은 과거 흑인들을 차별했던 은행과 금융기관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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